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소재 분야를 전문으로 다뤄온 원익그룹 계열사 지배구도 재편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원익IPS와 테라세미콘 합병이 주주 반발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합병을 전제로 경영계획을 짜 두었던 원익IPS와 테라세미콘 역시 향후 사업일정에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원익은 추후 양사 합병 작업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원익IPS와 테라세미콘은 각각 7일 오전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계약 승인을 위한 찬반 표결을 진행했다. 원익IPS는 총 주주의 33% 이상,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으로부터 찬성표를 얻어 합병안이 가결됐지만 테라세미콘은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원익 관계자는 “찬반 표결에서 피인수 회사(테라세미콘) 주주 반대로 합병안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원익IPS는 지난 9월 11일 관계사 테라세미콘을 1(2만3175원)대 1.0548004(2만4445원) 비율로 합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테라세미콘 주주들은 회사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시점에 합병을 추진했다며 반발했다. 예컨대 1대 1.05가 아니라 1대 1.1 혹은 1대 1.2로 합병 비율이 조정돼야 한다는 것이 테라세미콘 주주 입장이다. 최근 주요 고객사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라인 증설 투자 확대에 힘입어 테라세미콘의 수주잔고와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런 주장이 나왔다.
테라세미콘은 피인수 합병안 발표 이후 기관 투자자를 설득해 찬성표를 높이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설사 찬반 투표에서 합병 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주식매수청구액 규모가 커지면 마지막 단계에서 발목이 잡힐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이나 분할 등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에 반대 의견을 갖는 주주가 보유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되사줄 것을 회사에 청구하는 권리를 말한다. 양사는 합병에 따른 주식매수청구대금 한도를 각각 200억원으로 정해놓았다. 이 금액이 초과하면 주총에서 찬성표가 많았다 하더라도 합병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지난 2014년 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합병 조건으로 내세웠던 한도를 초과하면서 합병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원익그룹은 원익IPS와 합병을 고려해 테라세미콘을 관계사로 편입시킨 만큼 추후 합병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익IPS는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장비(PECVD), 원자층증착장비(ALD) 등 반도체 증착 장비가 주력 제품이다. 테라세미콘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열처리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군 매출 비중이 70% 이상으로 높다.
원익IPS가 테라세미콘을 흡수합병하면 매출액 규모가 커지고 사업 포트폴리오 역시 확대될 것이라고 원익은 설명했다. 제각기 흩어져있던 연구개발(R&D)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합병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평택=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