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4차 산업 준비, `매뉴얼`이 답이다

최근 한 모임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사무자동화(OA) 자격증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적용 능력이 가장 낮은 나라의 하나라는 내용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해석하면 한국 사회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서구권은 표준, 프로세스 등을 기반으로 구성된 매뉴얼 사회다. 원리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상황을 신속하게 인지하고 대응하는 `눈치`로 행동한다. 다른 말로 바꾸면 임기응변에 능한 사회다. 매뉴얼 없이 일할 수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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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

최근 세계 산업계, 학계는 물론 각국 수장들이 앞다퉈 제4차 산업혁명을 언급했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필두로 중국 `중국제조 2025`, 일본 `일본재흥전략` 등 4차 산업을 국가 경제 어젠다로 내세웠다. 또한 이를 선점하기 위해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4년까지 제조업 경쟁력 세계 4위, 수출 1조달러 시대를 위한 `제조업 혁신 3.0`이라는 청사진으로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4차 산업의 핵심은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삼은 제조 경쟁력 혁신이다. 이는 소비자 수요에 따른 유연한 반응 생산, 시공간에 제약 없는 생산 등을 특징으로 한다. IT가 촉발시키는 변화의 핵심 요인은 사물인터넷(IoT)이 이끄는 `초연결화`와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에 따른 `초지능화`다. 이들의 동인(動因)은 많은 데이터의 구조 정비와 정교하게 계산된 알고리즘 적용이 밑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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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어떤 상황에 관해 표준, 가이드라인, 프로세스를 정해 놓고 효율성이 가장 좋은 방식을 판단해 움직이는 설계가 기본 중 기본이다. 이를 축약한 결과는 `매뉴얼`이다.

임기응변에 익숙한 한국식 업무 문화는 매뉴얼을 불필요한 결과물로 인식한다. 하지만 실제로 매뉴얼은 일의 효율을 높인다. 초기에는 비효율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업무 전체의 장기 생산성에서는 효율성을 크게 상승시킨다.

지난 2011년 8주 동안 종합병원 신규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매뉴얼을 숙지·참고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구분, 업무 수행 능력 차이를 살핀 사례가 있다. 매뉴얼을 제공 받은 그룹이 전체 업무 수행 능력에서 약 16% 높았다.

한국은 문화 특수성 때문에 시스템 업무 방식 운용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IT 인프라가 가장 우수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기업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본인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조차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중소기업이 많다.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투 트랙 전략을 펼쳐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 설립, 첨단 기술 연구개발(R&D) 투자, 인력 양성 등 추진은 물론 이를 뒷받침할 매뉴얼 문화를 체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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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마법과 같은 전술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소년 축구를 육성하기 위한 펀더멘털(Fundamental) 강화가 필수인 것과 같은 이치다.

범국가 차원의 지원은 이 같은 근간 형성에 당연지사다.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많은 보조금을 쏟고 있는 이유는 단기성이 아니라 장기성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다. 국가가 ERP 공급을 전폭 지원하는 것이 전체 산업 시스템화를 상향평준화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뿌리와 줄기가 튼튼하면 열매도 알차고 싱싱하다. 한국은 시대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능력과 창의성을 갖췄다. 이제는 매뉴얼 기반의 IT·제조업 융합 산업 체계 토대를 구축, 미래 성장 동력의 기반을 확보해야 할 때다.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 jslee@simplex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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