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융합기술원 우수 연구원을 찾아서]<3>박순보 한국문화기술연구소장

Photo Image

“호남은 예향(藝鄕)입니다. 특히 `의(義)`로 뭉친 정신이 강합니다. 동학혁명이 이 지역에서 일어났고, 기독교도 가장 먼저 받아들였습니다. 광주항쟁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신의 뿌리가 있어야 문화 가치가 깊어집니다.”

박순보 광주과학기술원(GIST) 융합기술원 한국문화기술연구소장이 광주로 내려온 이유다. 예술은 의식이 분명해야 하는데 요즘 의식 없이 기술 위주로만 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조형예술 전문가다.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를 나와 독일 부퍼탈대에서 8년 동안 색채심리, 조형심리를 전공했다. 1980년대 초부터 KOTRA 등이 진행하는 전시 디자인에 참여했다. 홍익대를 거쳐 서울미디어대학원대(KGIT)에 재직하다 지난해 12월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소장직을 맡았다.

박 소장은 `문화기술(CT)`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 문화산업계에 말하는 CT는 `콘텐츠 테크놀로지`다. 하지만 박 소장은 `컬처 앤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테크놀로지`라고 재해석했다.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3차원(3D)이라든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은 이미 다른 분야에서 개발한 것입니다. CT는 제작자나 작가가 담아 내려는 콘텐츠(문화, 정보 등)를 효과 높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매개체는 플랫폼을 포함한 메시지이면서 기호(Sign)입니다.”

그는 문화기술연구소의 주요 역할이 바로 효과 높은 소통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말하는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CT) 개념에 더 가까워 보인다.

“소화와 동호가 만나 회포를 푸는 장면이 나옵니다. 동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북 장단을 치고, 소화는 장단에 맞춰 소리를 합니다. 장단과 소리가 얽히고,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그들은 가슴 속 깊이 쌓인 한과 정을 풀어냅니다. 감명 받지 않을 수 없는 소통 장면입니다.”

그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예로 들며 “문화기술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문화기술연구소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연구소 비전과 방향을 새로 정립했다. 정신문화와 문화 요소 등을 담아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를 개발하고 스토리텔링을 가미, 감동으로 풀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취지다.

저변에는 그동안 뚜렷한 방향 없이 세마나와 전시회에 참여하거나 유사 홀로그램 스크린을 활용해 보는 정도의 역할만 하는 등 연구소 역할이 많이 위축됐다는 판단이 깔렸다.

한국문화기술연구소는 문화산업진흥법에 따라 2013년 문화부 산하 연구개발(R&D) 수행 기관으로 설립됐다. 당시 연간 예산은 50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3년 사이에 예산이 1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인력도 소장을 포함해 총 12명에 불과하다.

박 소장은 “임기 중에 문화기술연구소 방향을 설정하고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싶다”면서 “연구소 위상과 예산을 원년 수준으로 되돌려 제대로 된 문화기술 사업을 펼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소장은 이런 소망을 새로 정립한 단계별 연구 계획에 담았다. 단계별 연 구계획은 1년씩 겹치도록 해 연속해서 지속되는 구조로 만들었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는 1단계로 실감형 탐구기술 및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VR 기술을 활용한 전시 플랫폼 1단계로 VR를 활용한 온라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우선은 온라인 미술관 개념의 VR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 및 플랫폼을 개발했다. 작가들은 대부분 한 번 전시한 작품은 다시 내걸지 않기 때문에 재고로 쌓인다는 점에 착안, 온라인에 항상 전시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콘셉트다. 작품에 어울리는 공간을 직접 디자인해 작품을 걸어 놓은 모습까지 보여 줄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유통 플랫폼이다.

R크래프트 시뮬레이터 기술을 응용한 실감형 체험관도 개발했다. STTEM(Science Technology Engeering Art Mathmatics) 학습 솔루션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체험관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호남 정신문화에 기반을 둔 융·복합 미디어 콘텐츠 개발에는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호남 정신문화가 투영된 360도 VR 및 첨단 융·복합 미디어 콘텐츠를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2019년까지는 2단계 사업에 나선다. VR 아키텍처 기술로 모델링한 하우스를 바탕으로 실제 하우스를 제작하는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고, VR·AR를 응용한 가상 조립 체험기술도 개발한다.

2018년에는 2025년까지 3단계로 기업과 협력,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전기자동차 UI·UX 솔루션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 소장은 “세상을 판단하는 데에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칸트의 `스키마(Schema)`를 떠올리며 직원들이 안목을 갖출 수 있도록 틈 날 때마다 직원들에게 CT 개념을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