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0만 메이커(Maker) 양성 정책이 성공하려면 자생적 메이커가 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나 일상생활에서 교육·체험 기회를 늘리는 등 장기적인 문화 운동으로 지원해야 메이커 운동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축으로 메이커를 경쟁적으로 육성하는 상황에서 메이커 생태계를 조성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2018년까지 메이커 100만 양성
정부는 9월 메이커 운동(Maker`s movement)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창조경제민관협의회에서 수립한 `메이커운동 활성화 방안`을 보완해 구체화했다. 현재 국내 메이커 20만명의 5배인 100만명을 키우는 것이다.
장비나 공간을 지원하고 3D프린터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메이커 문화가 활성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에 비해선 초기 단계다. 실제 체험 프로그램은 여럿 있다. 정부에서 주최하는 메이커 페스티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 등이 있고 민간에서 여는 메이커 페어가 있다. 12월 창조경제박람회에도 메이커가 일부 참여할 계획이다. 【사진4】
메이커 문화를 확산시키려고 정부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예산을 더 늘려 지원한다. △메이커 제조창업 촉진 △메이커 참여로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 혁신 △전문 메이커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메이커 스페이스 운영 내실화 △메이커 운동 확산을 위한 교류, 협력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해외는 메이커 운동 열풍
미국은 메이커 페어가 태동한 나라로 메이커 운동이 가장 활발하다. 샌프란시스코, 뉴욕에서는 매년 메이커 페어가 열린다. 미국은 집 주차장 뒤에서 만드는 `차고 문화`가 있어 만들기 활동이 더 잘 된다. 민간에서 유료인 테크숍에는 사람이 가득하고 팹랩, 해커스페이스 등 메이커 생태계가 활성화돼 있다. `메이커진`에 따르면 미국 18세 이상 성인 57%(약 1억3500만명)는 자신을 메이커로 인식하고 있다.
최재규 매직에코 대표가 작성한 `국내외 메이커 운동 사례조사 및 국내 메이커 문화 활성화방안`을 보면 유럽도 `리빙랩`을 중심으로 메이커 네트워크가 운영된다. 영국은 공교육 시스템에 메이커 내용을 반영한다. 중국 역시 산자이(모방) 문화를 바탕으로 제조업과 결합한 메이커 운동을 펼친다. 선전에서는 매년 메이커 페어도 열리는데 메이커 운동이 가장 활발한 도시다. 중국은 제조는 선전, 메이커 운동 홍보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중국은 정부가 직접 메이커 1억명을 키워 제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 것이란 방침을 세웠다.
일본은 오타쿠 문화와 제조업 강국이라는 명성답게 장인들이 다양한 메이커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로봇, 전자 분야를 특화해 정부와 민간 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다.
◇일반인 메이커 인식 부족이 걸림돌
우리나라는 정부가 앞장서 메이커 육성 정책을 펼쳐도 일반인의 인식이 부족하다. 이는 메이커 운동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된다. `메이커`를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미래부 관계자는 “입시 위주 교육으로 학생 때부터 무엇인가 만드는 경험을 할 시간·공간적 여유가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만들기` 체험이나 교육을 하더라도 일회성에 그치고 마는 점도 문화 확산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3D프린터 같은 디지털 제작 도구를 갖춘 제작 공간인 메이커 스페이스나 무한상상실을 전국에 구축해놓아도 이용률은 한 없이 낮은 상황이다.
`메이커=사업`이라는 등식이 형성되는 것도 메이커 운동 확산을 방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메이커 운동 창립자 데일 도허티는 “일본 메이커는 진지한 취미(Serious hobby)를 갖고 있어 제품이 심각하면서도 재미있다. 로봇에 옷을 입히고 캐릭터를 만든다. 한국과 중국은 이걸 어떻게 비즈니스로 만들까를 집중한다”면서 한중일 차이점을 설명했다.
단기적 성과를 내겠다는 식의 접근보다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관계자는 “메이커 활동이 입시나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메이커 운동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1~2년 지원하고 마는 것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미래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집에서 만드는 시공간적 여유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정부가 무한상상실 등을 만들었지만 일반 국민이 무엇인가를 만들러 그곳까지 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정부는 학교 교육이나 일상생활에서 메이커 교육이 활성화 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