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끄덕없던 전자부품 왕국 일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고 성능과 품질로 흑자를 내오던 일본 스마트폰 부품이 중국과 대만 기술력 진보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월 일본 광공업 생산지수는 97.8에 머물렀다. 광공업 생산지수는 전자부품·장치산업을 포함한 것으로 7개월 연속 100 아래에서 맴돌았다. 지난해 1월 아이폰6가 출시되며 일본 전자부품업체가 호황을 맞아 110.9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전자부품 중에서도 스마트폰 전용으로 사용되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소자가 더 부진했다. 아이폰7 발매 전인 7월 액정 지수는 155.5로 아이폰6s 출시 시기 60% 수준에 그쳤다. 과거에는 아이폰 신제품이 나오면 액정지수가 크게 상승했다. 액정지수가 낮은 것은 일본 부품업체의 아이폰 부품 수주가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애플 거래처 상위 200개사 목록에서 지난해 일본 전자 부품 업체 두 곳 이름이 사라졌다.
또 무라타제작소·TDK·교세라·니혼덴산·닛토덴코·알프스전기 등 일본 주요 부품업체 3분기 수주액은 약 1억370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줄어들었다. TDK를 제외하고 나머지 5개사 실적은 모두 전년 실적을 밑돌았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에 따르면 전자부품 세계 생산에서 차지하는 일본 메이커 점유율은 2015년 38%로 2005년 44%에서 6% 포인트 줄었다. 일본 자리는 중국과 대만이 채웠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전자 부품 동향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집적회로(IC) 중국 생산량은 연초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했다. 대만 정보기술(IT)기업 19개사 매출액도 올해 들어 전년 대비 1% 감소했지만 8월에는 5%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스마트폰 부품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일본 부품 기업은 자동차 자동 브레이크 등 새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이폰용 액정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아이폰7이 출시됐지만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며 “2020년까지 스마트폰에서 자동차용으로 판로를 변경하려 한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