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시설(NCC)을 증설한다. 공급과잉인 폴리스티렌(PS) 생산라인은 아크릴로리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생산용으로 전환한다. 정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발맞춰 사업구조 고도화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LG화학은 2019년까지 충청남도 대산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해 NCC 증설에 나선다고 16일 밝혔다.
NCC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을 생산하는 설비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기초 원료다. 석화업체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다. 증설을 완료하면 대산공장 에틸렌 생산량은 기존 대비 23만톤 늘어난 127만톤이 된다. 세계 NCC 단일공장 가운데 최대다. LG화학은 여수공장을 포함해 연간 총 243만톤 에틸렌을 생산하게 된다. 국내 1위 에틸렌 제조업체 지위가 굳어진다. NCC증설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는 연간 4000억원에 이른다.
LG화학 관계자는 “고부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원료를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사 대비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NCC 증설 배경을 설명했다.
LG화학은 메탈로센계 촉매를 사용한 폴리올레핀(PO), 고기능 ABS,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친환경 합성고무 등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을 현재 3조원에서 2020년 7조원까지 갑절 이상 늘릴 계획이다. 저가 원료 확보가 과제다. 카자흐스탄 에탄분해시설(ECC) 투자를 검토했지만 백지화하고 NCC 증설로 선회했다. 저유가 상황에서는 셰일가스를 원료로 하는 ECC보다 NCC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ECC가 에틸렌만 생산하는 데 비해 NCC는 프로필렌, 부타디엔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
LG화학은 이와 더불어 고도화 일환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여수공장 내 폴리스트렌(PS) 생산라인 2개 가운데 1개 라인을 고부가 제품인 ABS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 PS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급과잉 품목 가운데 하나다. 생산라인 전환이 완료되면 LG화학 PS 생산량은 연간 10만톤에서 5만톤 규모로 줄고, ABS 생산량은 연간 85만톤에서 88만톤으로 3만톤 늘어난다.
고기능 ABS는 대표적 고부가 제품 중 하나다. 내열성과 내충격성, 가공성이 뛰어나 자동차 및 가전, IT소재에 주로 쓰인다. LG화학이 세계 시장점유율 2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손옥동 LG화학 기초소재사업본부장 사장은 “석유화학 산업 지속적 발전을 위해 원가 경쟁력 강화, 사업구조 고도화라는 방향성 아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선제적 투자로 어떤 상황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실하게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