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구원투수로 갤럭시S7 시리즈 생산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월 생산량을 500만~700만대로 늘려 상반기 수준으로 유지한다. 배터리 발화로 단종 수순을 밟은 갤럭시노트7의 매출 공백을 채우기 위한 전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구매팀은 갤럭시노트7 단종을 공식화한 지난 11일 늦은 오후부터 국내외 주요 부품 협력사에 “갤럭시S7, 엣지용 부품 생산을 다시 늘려달라”고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통상 노트 시리즈가 출시되면 S 시리즈 부품 생산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돼 있다”면서 “이번 조치로 S 시리즈 부품의 수명 주기가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매년 상반기 출시되는 갤럭시S 시리즈는 월 출하량이 500만~700만대 수준이다. 가을쯤 노트 시리즈가 출시되면 S시리즈 월 물량은 250만~300만대로 줄어든다. 이 자리를 노트 시리즈(월 200~250만대)가 채우는 것이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 전략이다. 부품 수요도 이 같은 구조로 바뀌게 돼 있다.
S와 노트 시리즈 부품 협력사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부분 반도체 부품은 기판과 접촉하는 핀 숫자나 형태가 호환된다. 따라서 S7이건 노트7건 동일 규모 매출만 나와 준다면 생산 개발비를 제외하면 실적에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 설명이다.
다만 이번 조기 단종으로 삼성폰 사용자가 애플 아이폰 등으로 다수 넘어갈 경우 삼성만 바라보는 국내 협력사는 중단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케이스 등 갤럭시노트7용 특화 부품 생산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단행한 업체라면 적지 않은 손실이 예상된다. 갤럭시노트7에 새로운 부품을 공급한 홍채인식 카메라센서, 렌즈, 모듈 업체도 호재가 사라진다. USB 타입 C 컨트롤러와 전력 분배(USB C PD)칩을 공급한 업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한 협력사 대표는 “갤럭시S7 시리즈 부품 생산이 늘면 손실은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지만 노트7을 위한 인프라 투자, 남아 있는 재고 보전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방향 설정이 안됐다`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그러나 협력사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치하겠다는 입장은 밝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정정공시를 통해 3분기 영업이익을 7조8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낮췄다. 먼저 발표한 7조8000억원 영업이익에는 갤럭시노트7 리콜에 따른 손실분 1조4000억~1조5000억원이 반영돼 있었다. 전문가들은 갤럭시노트7 리콜과 조기 단종으로 인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손실액이 4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보다 손실이 커졌지만 3분기에 손실을 모두 털어내면서 4분기부터는 실적 회복 가능성을 남겼다. 관건은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7 시리즈가 노트7의 공백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메워줄 수 있느냐다. 갤럭시S8은 아직 출시까지 5~6개월이 남았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