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소재 인큐베이터 기관 `플러그앤드플레이 테크센터`(Plug&Play tech center)의 대기업 파트너는 약 120개다. 이 중 한국 기업은 `삼성` 단 하나뿐이다. 그만큼 국내 기업이 스타트업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플러그앤드플레이는 구글, 페이스북 등이 거쳐간 스타트업 성지 같은 곳이다. 페이팔, 드롭박스, 스카이프 등을 양성했고 실리콘밸리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인큐베이터다. 그래서 이곳에는 세계 각지의 메이커, 스타트업들이 모인다. 스타트업 캠프 등에 선발된 기업들에 실리콘밸리 공간을 제공한다. 각 분야 전문가와 네트워킹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원(Keith Lee) 플러그앤드플레이 홍보담당 매니저는 “9개의 세분화된 분야 스타트업들 리스트를 매년 업데이트하며 필요한 대기업과 매칭시켜주고 있다”며 “미국에서 가장 보수화된 집단이라는 `보험사`들도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플러그앤드플레이는 사물인터넷, 핀테크, 헬스, 소재, 미디어 등 8개 분야에서 올해 5월 말부터 보험 분야까지 늘려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개 넘는 대기업 보험사가 파트너로 들어왔다. 보험사들은 드론, 빅데이터, 클레임 매니지먼트(Claim management) 분야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는다.
대기업 파트너는 플러그앤드플레이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받아 인수합병(M&A)하거나 지분 투자를 진행한다. 이 매니저는 “일본은 닛산, 후지쯔, 샤프 등 20여개, 중국은 화웨이, 텐센트 등 10여개 기업이 파트너로 들어와 있지만 한국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내부 R&D로 가능하다보니 굳이 스타트업과 일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은 삼성의 안드로이드 매각 제안을 거절한 일화에서도 두드러진다. 안드로이드 창업자인 루빈 전 구글 수석부사장은 2004년 삼성전자를 찾아가 안드로이드를 소개하고 매각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안드로이드는 구글에 인수됐다. 현재는 세계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운용체계다.
세계는 성장동력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혁신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길로 메이커와 스타트업 양성에 힘쓰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대기업보다 오히려 정부에서 메이커 육성과 스타트업 지원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이 매니저는 “현대차의 경쟁자는 포드가 아닌 애플, 구글이 될 수 있고 어느 순간 테슬라가 튀어나온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래를 준비하려면 스타트업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너제이(미국)=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