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타일러 막스는 올해 7월 매주 목요일마다 학교에서 무료로 제공한 `메이커 캠프`에 참여했다. 한 달 반 동안 3차원(D) 프린터로 모형 자동차와 판지 등을 만든 그는 `월드 메이커 페어 뉴욕`에 참가, 자신의 창작품을 소개했다. 내년에는 소형 롤러코스터를 만들어 올 생각이다 .
조나단과 벤은 아두이노의 함수를 엮어서 일체형 색소폰을 만들었다. 조나단은 “학교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수업을 듣고 벤과 함께 만들었다”며 “한 달 동안 틀을 만들고 반 년 동안 업그레이드를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미국 뉴욕 퀸즈에서 열린 `월드 메이커 페어 뉴욕`은 그야말로 열린 `축제의 장`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자신이 만든 것을 보여주고, 뽐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의 `메이커(Maker)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이 엿보였다.
올해로 7회째인 뉴욕 메이커 페어에는 950명의 메이커가 참가했다. 방문자는 9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는 900명 이상의 메이커와 9만명의 방문자, 65개의 스폰서가 참여했다. 전시와 함께 물건을 판매하면 200달러의 부스비를 내야 하고, 전시만 하면 부스비는 무료다. 대신 메이커 페어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메이커 페어는 `재미(Fun)`를 목적으로 만든 물건들을 보여주는 메이커들로 가득했다. 파슨스 디자인학교에서 MFA 과정의 학생인 차오 후 투는 스마트폰과 헬멧을 연동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오프라인`이란 글자가 뜨도록 만들었다. 그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었다”며 “휴대폰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이 과정이 흥미로웠고 해보는 게 즐거웠다”고 말했다.
한 쪽에선 `자물쇠 풀기(Lockpicking) 워크숍`이 열렸다. 수십명의 어린 아이들이 자물쇠를 푸는 법을 배웠다. 이 워크숍을 연 클릭 탈만은 “자물쇠 풀기 모임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뉴욕에 20명이 있고, 우리는 서로의 직업을 말하지 않고 모임을 가지며 한달에 한 번 워크숍을 열어 누구에게나 방법을 알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며 “사람들에게 도구(Tool)를 다루는 법을 알려주는 것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아이들 손을 잡고 온 가족들로 붐벼 `가족 축제의 장`이란 느낌을 줬다. 아이의 창의성, 교육을 위해 메이커 페어에 오는 것이다. 어른들의 참여도 많았는데, 평소엔 괴기스럽다고 느껴지는 행동이지만 페어에선 모든 것이 허용됐다. 메트로 카드로 조끼를 만들어 입은 중년 커플도 행사장을 누볐다.
한쪽에 세워진 흰 가벽에는 성인노소 누구나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고, 꽃모양의 종이에 배터리를 연결해 빛이 나오는 종이꽃을 만드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드론 레이싱`도 인기였다. 참가자들이 장애물 속에 드론을 날리며 승부를 가리는 모습도 방문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메이커 페어 창립자인 데일 도허티는 “왜 사람들이 여기에 이렇게 많이 모였을까를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다른 것을 창조하는 일을 즐긴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기술은 10년전보다 10분의 1로 저렴하고 다양해졌다. 뉴욕 교육감이 페어에 올 정도이고, 교사들의 참여가 월등히 높아졌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메이커로 참여한 임지순씨는 “한국 메이커 페어와는 열리는 규모가 상당히 다르고, 사람보다 2배가 큰 로봇 등 만드는 프로젝트 규모 자체도 더 크다”며 “한국 메이커의 퀄리티도 전혀 낮지 않은데, 전시자 수나 참여자 수 같은 풀이 작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석중 럭스로보 이사는 “한국에서는 우리 모듈을 `교육용`으로 밖에 바라보지 않지만 손만 스쳐도 열리는 쓰레기통, 박수를 치면 꺼지는 스위치 등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시각을 배웠다”며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 크고 한국과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다르다”고 말했다.
뉴욕(미국)=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