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삼성전자에 낸드플래시 메모리용 식각액(에천트)을 공급한다. 이 회사가 삼성전자와 낸드플래시 식각액을 거래하는 건 처음이다. 식각액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실리콘 산화막 두께를 줄이거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그동안 공급해온 D램 식각액에 이어 낸드플래시까지 추가하면서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가 화성에 준비 중인 신규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식각액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지난 수 개월간 평가를 거쳐 최근 이 같은 내용이 확정됐다. 공급권을 놓고 솔브레인과 경쟁을 벌였으나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삼성전자로부터 최종 낙점 받았다.
1~2개월간의 라인 가동 준비기간을 거쳐 본격 공급은 4분기 중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삼성전자에 낸드플래시 용도로 식각액을 납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D램 메모리 공정에만 식각액을 공급해와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이번에 공급되는 식각액은 삼성전자의 최신 3차원(D) 낸드플래시 라인에 사용되는 것이어서 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3D 낸드를 적극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3D 낸드플래시는 회로를 수직으로 세워 저장용량을 높인 차세대 반도체다. 시장 수요가 빠르게 확산돼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낸드 시장에서 3D 제품 비중은 11%에 불과했으나 올 연말 30%로 급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D 낸드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데,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식각액도 이와 비례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의 최신 3D 낸드 공정에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식각액이 사용됐기 때문에 향후 다른 라인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신 공정에 사용되는 것은 성능을 검증 받은 셈이기 때문에 추후 다른 라인에 접목하는데도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점 효과 때문에 이엔에프테크놀로지와 솔브레인이 이번 식각액 수주를 위해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최종 공급권을 따내면서 솔브레인은 쓴 잔을 마시게 됐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이자 식각액 최대 수요처인 삼성전자를 놓고 솔브레인과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경쟁구도 변화도 관심이다. 솔브레인은 그동안 반도체 식각액 시장을 주도해왔다. 삼성전자 내 점유율은 90%에 달해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누렸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가세하며 판을 흔들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소재 공급사 다변화 정책과 맞물려 솔브레인과 이엔에프테크놀로지 양사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2011년 일본 모리타와 합작으로 반도체 식각액 사업에 뛰어들었다. 반도체 식각액 생산에 불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리타는 고순도 불소 관련 세계 2위 전자재료 업체다. 불산은 불소와 수소 화합물이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모리타의 안정적 원료 공급을 토대로 반도체 식각액을 제조, 판매하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