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셜텍(대표 안건준, 김종빈)은 아직 삼성과 거래가 없음에도 베트남에 `올인`한 부품 회사다. 베트남 법인 크루셜텍 비나(VINA)는 월 최대 1000만개 모바일 지문인식모듈(BTP)을 현지 생산할 수 있다. 총 1200만개 생산 역량의 대부분을 베트남에 몰아넣은 셈이다.
크루셜텍 BTP는 LG전자, 화웨이, 메이주 등 세계 유수 스마트폰 제조사가 채택했다. 이 부품을 자체 생산해온 삼성과 애플을 제외한 주요 제조사를 싹쓸이하다시피 한 업계 선두 기업이다.

베트남에는 독특한 계기로 진출했다. 캐나다 림(RIM) 스마트폰 `블랙베리`에 옵티컬트랙패드(OTP)를 공급하던 시절 베트남 공장을 지었다. 2011년 5월부터 크루셜텍 비나가 OTP를 생산했다. 지금은 스마트폰 시장 `대세`가 지문인식으로 굳어진 만큼 BTP 생산에 주력한다.

OTP는 일종의 모바일 광마우스다. 손가락 움직임을 인식해 스마트폰에서도 마우스를 쓰는 것과 같은 사용자경험(UX)을 구현했다. 당시 크루셜텍은 블랙베리에 이 부품을 독점 공급했다. 완성품 제조사는 전쟁 위협이 있는 한국 공장 대신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받길 원했다.
크루셜텍이 박닌성 옌퐁 공단의 마지막 입주 기업이 된 사연이다. 옌퐁 공단은 삼성전자 1공장(SEV)과 협력사가 밀집한 전자 산업 메카다. 지금은 이 지역 입지를 제조 경쟁력으로 활용한다. 싼 인건비와 원활한 물류 환경이 강점이다. 하노이 공항(노이바이 국제공항)과 30분 거리다. LG전자 생산시설이 밀집한 항구도시 하이퐁까지는 고속도로로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김돈수 크루셜텍 비나 법인장은 “옌퐁 공단은 지리적으로 공항과 가깝고 중국까지 고속도로가 뚫린다면 육상 운송도 가능한 위치”라면서 “지문인식모듈은 정밀 부품이어서 항공 물류를 이용하고 있지만 도로 사정이 좋다면 육상 운송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은 인건비가 한국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손재주도 좋아 제조 경쟁력이 높다”면서 “삼성 납품과 상관 없이 제조업 분야 `베트남 메리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셜텍은 비교적 일찍 베트남을 최대 생산 거점으로 키웠다. 생산 물량 거의 전부를 베트남에서 찍어낸다. 그럼에도 비용 절감 노력은 계속된다. BTP 조립·모듈 공정 외에 전공정도 베트남에 이전하기로 했다. 한국은 연구개발(R&D) 거점, 베트남은 제조·생산 거점으로 완전히 분리되는 모양새다.

BTP 전공정은 회로기판(PCB)에 센서를 결합하는 과정이다. 현재 이 공정은 국내 충남 아산시에서 이뤄지고 있다. 아산 공장에서 전공정을 마친 뒤 베트남으로 넘어가면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BTP 전공정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면 모든 공정이 통합된다. 크루셜텍은 이번 결정으로 생산 비용 10~20%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베트남 공장의 BTP 전공정은 크루셜텍 자회사인 삼우엠스가 수행할 예정이다. 삼우엠스 비나는 지난해 법인 설립을 마치고 현재 BTP 임·가공 일부를 맡고 있다. 이번 달까지 전공정 설비 이전을 모두 마치고 다음 달 가동을 시작한다.

김돈수 법인장은 “아산에 있는 BTP 전공정을 베트남에 통합하게 되면 10~20%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면서 “1차 설비 이전은 이미 마쳤고 9월 중 2차 설비 이전을 완료해 10월에는 가동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크루셜텍이 베트남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기술력이다. 우리나라 기업 최초로 베트남 정부의 `하이테크 응용사업 인증`을 획득했다. 2012년 OTP로, 2014년 BTP로 하이테크 인증을 받았다.

하이테크 인증은 베트남 과학기술부가 발급한다. 이 인증을 받으면 4년간 법인세를 면제받고 이후 5년 간 법인세 50%를 감면받는다. 기술 개발, 연구 목적으로 수입한 설비는 부가세도 면제한다. 베트남 정부가 하이테크 기업 유치를 위해 마련한 제도다.
하이테크 인증 획득은 파격적인 정부 지원을 받을 만한 기술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지난 3월에는 쯔엉떤산 국가 주석이 크루셜텍 비나 공장을 방문하는 등 현지 정부 관심이 높다. 베트남 국가 주석이 국내 중견기업 공장을 직접 찾은 것은 크루셜텍이 처음이다.
하노이(베트남)=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