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안정성` 제고와 `글로벌 진출` 지원.
일본이 지식재산(IP) 분쟁처리시스템을 정비하는 핵심 키워드다. 특허권에 대한 안정성을 높여 권리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일본 특허 제도와 인력을 수출해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취지다.
◇“IP분쟁처리시스템 기능 강화”
일본 지적재산전략본부(이하 전략본부, 본부장 아베 신조 총리)가 올해 발표한 `지적재산추진계획`의 네 번째 전략목표는 `IP 분쟁처리시스템 기능 강화`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IP를 보호하고 혁신을 창출하려면 환경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전략본부는 우선 특허권 안정성을 제고한다. 현재 일본은 특허청 무효심판과 법원 침해소송의 무효항변 등 두 경로로 특허 유무효를 다툴 수 있는데, 두 절차 모두에서 특허를 무효화할 때는 더욱 신중한 판단을 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권리로 이미 등록된 특허가 쉽게 무효 처리되면 특허 확보 유인이 사라져 궁극적으로 기술 혁신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특허권자가 침해피의자의 특허 무효 주장에 맞서 명세서 일부를 정정해 특허권을 유지하려면 현재는 별도로 정정심판을 청구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번거로움을 없앤다. 전략본부는 정정심판 청구 없이도 특허 정정이 가능하도록 올해 안에 법 개정 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다. 특허 분쟁에서 권리자가 오히려 불리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증거제출이나 손해배상액 산정 등도 보완한다. 침해자가 분쟁 관련 증거를 대부분 보유해 권리자가 침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고자 법원이 선임한 중립적인 제3자가 침해자를 사찰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현재 턱없이 낮은 손해배상액도 `통상의 실시료`를 넘는 수준에서 산정되도록 법 개정을 논의한다. 이외에 법원의 기술전문성 제고, 특허청과 법원 간 협력 강화 등 전문관청인 특허청 판단을 확대 반영하는 등의 과제도 제시됐다.
◇“세계 최고 속도·품질 심사 구현”
일본은 세계 최고 속도·품질 심사를 구현해 해외에서도 일본 특허 심사결과가 인정받도록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자국 심사를 보완해 미국과 독일처럼 강한 특허를 창출하고, 외국 특허청과 협력을 확대하면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전략본부는 심사기간 단축과 심사체제 정비·강화에 나선다. 먼저 특허 표준심사기간(심사 청구~특허 등록)을 오는 2023년까지 14개월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심사 속도와 품질을 개선해 강한 특허를 부여하고 심사결과를 해외에 전파해 일본 특허 위상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심사관 등 IP 인력도 개발도상국에 파견해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일본 제도를 해외에 이식해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IP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일본 특허가 해외에서 쉽게 인정받는다는 구상도 이러한 구조적 노력이 뒷받침한다.
일본 특허를 해외에서 출원할 때 자국 심사결과를 근거로 사용하는 특허심사하이웨이(PPH)도 확대한다. 지난해 미국과 함께 시작한 특허심사협력조사 시범 프로그램을 내년까지 시행한다. 이밖에 특허행정 서비스 향상을 위한 특허정보 플랫폼 정비, 인공지능을 활용한 특허행정 업무 고도화·효율화도 올해 지적재산추진계획에 포함됐다.
유계환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일본 제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피해야 하지만 일본 특허 환경이 한국과 비슷해 (일본 지적재산추진계획을) 우리 법·제도 정비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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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