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의 터치 기술이 미국 HP 노트북에 탑재된다. 디스플레이에서 터치 입력을 가능케 하는 부품이 수출길에 오르는 것이다. 우리나라 터치 기술이 해외 진출하는 건 매우 드문 경우다. 대만이 강세를 보였던 노트북용 터치 시장에 진입한 사례여서 주목된다.
지투터치(대표 이성호)는 HP 노트북에 들어갈 터치IC를 이달부터 중국 BOE에 공급한다고 19일 밝혔다.
BOE 액정표시장치(LCD)와 결합해 HP 노트북에 장착되는 것이다. 연말까지 총 100만개를 주문 받았다고 설명했다.
공급되는 제품은 LCD 일체형이다. 컬러필터 위에 터치 전극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커버윈도(Cover Window)` 없이 화면 위 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커버윈도는 외부 충격에서 화면을 보호하기 위해 LCD 위에 덧붙이는 소재다. 커버윈도가 사라져 제조 공정이 단순화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지투터치에 따르면 15.6인치 LCD 기준 20달러 이상을 전보다 절약할 수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두께 1㎜, 무게 200g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 같은 장점에 HP는 당초 11월로 예정했던 노트북 양산 계획을 9월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북용 터치는 수요가 확산되고 있는 분야다. 연간 2억대 규모의 세계 노트북 시장에서 30% 가까운 제품에 터치 도입이 예상될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노트북용 터치 시장은 그동안 대만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국내 터치 산업은 스마트폰 위주 소형 터치를 중심으로 발달해 기술 저변이 취약했던 탓이다.
그러다보니 노트북이나 모니터에 들어가는 대면적 터치에 대응하는 곳은 사실상 전무했는데, 지투터치가 진입장벽을 뚫고 성과를 낸 것이다.
지투터치는 2009년 설립 후 터치 기술만을 연구했다. 국내 터치 업계 부침이 심한 가운데서도 연구개발을 놓치 않아 대면적 터치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노력이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HP에 앞서 삼성전자 노트북에 처음으로 터치IC를 공급한 바 있다.
HP 노트북 탑재는 국내 터치 기술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 사례여서 관심이 쏠린다. HP는 세계 노트북 시장 1위 업체(2015년 기준)다. 때문에 HP의 신기술 채택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지투터치가 협력 중인 BOE는 중국 최대 LCD 업체이자 글로벌 시장 영향력도 커지고 있는 곳이다. 지투터치는 현재 BOE에 LCD 일체형 터치 기술을 단독 공급하고 있어 BOE가 성장할수록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성호 지투터치 대표는 “커버윈도를 없앤 터치기술에 대한 해외 고객 반응이 뜨겁다”면서 “가격 때문에 확산이 더뎠던 노트북에도 앞으로는 터치가 빠르게 접목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