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통신은 시스템이 매우 유사하다. 전기와 전파라는 매개체만 다를 뿐 각 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생산, 전달, 분배하는 과정은 동일하다. 그만큼 두 산업의 융합 가능성은 무한하다. 모든 기기가 서로 소통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는 이를 에너지 효율화에 사용하려는 시대 요구가 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력공사가 에너지 신산업을 전면에 내세워 관련 산업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전력+IoT가 우리에게 어떠한 미래를 가져다 줄 지 조환익 한전 사장을 통해 들어 봤다.
◇전력-ICT 결합은 큰 흐름, 빅데이터 활용한 새로운 모델 주목
“전력과 ICT의 융합은 이미 많은 곳에 적용되고 있는 모델입니다. 한전도 전력과 ICT 분야 모두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고, 이 둘을 융합한 에너지 신산업 개발을 통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IoT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빅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일 것입니다.”
조환익 사장에게 전력과 ICT의 결합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SG),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마이크로그리드(MG), 신재생 에너지 등도 전력과 ICT가 융합해 완성된다.
그도 IoT와 접목해 소비자 생활 패턴을 바꿔 나갈 분야로 빅데이터에 주목한다다. IoT를 통해 양산되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안전과 고객 편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이미 타 기관과는 다양한 빅데이터 교류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시를 대상으로 전력판매량 맵 제공을 통해 지역별, 시간별, 계절별 상권 분석 서비스를 지원한다. 소방청, 산림청과는 합동으로 국가 재난안전망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상청 기상 분석 자료를 분석해 설비 고장 및 교체 시기를 예측한다.
고객 부문에서는 지능형 전력량계(AMI)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부터 AMI가 설치된 200만 고객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에너지 사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시작한다.
조 사장은 “전 고객에 AMI를 설치하는 2020년까지 AMI망 연동 웨어러블 팔찌를 활용한 치매 노인 위치확인 서비스, 독거노인 전력 사용 정보를 이용한 사회 안전 서비스 등 다양한 응용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전 등 고장 횟수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 전력설비에 NFC(QR) 코드를 부착해 기자재 제작 단계에서부터 시험, 설치, 운영, 유지·보수, 철거에 이르기까지 전체 생애 주기 과정을 통합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때문이다. 수 만개에 이르는 기자재의 이력이 한 번에 관리되면서 기자재 고장으로 인한 정전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신산업,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바꿀 것
조 사장은 최근 정부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신산업을 기후 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수요 관리 등 에너지 분야의 주요 현안을 효과 높게 처리하는 `문제 해결형 산업`으로 규정했다. 에너지 프로슈머, 전기차, ESS 등은 미래의 우리 삶을 새롭게 바꿀 것으로 기대했다.
에너지 프로슈머에 대해선 전력의 양방향 시대가 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에너지 프로슈머 도입으로 누구나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소비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한전이 사옥 90여곳을 대상으로 구축한 SG 스테이션 모델에 대한 민간기업 설치 요청도 늘었다. 스마트콘센트, 스마트조명, ESS 등을 이용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는 현상이다.
“소규모 태양광 설비 등 분산 발전의 기술 진보가 더욱 확산돼 오는 2030년엔 총 발전량 약 12%를 에너지 프로슈머가 생산하는 에너지로 충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한전은 제로에너지빌딩 구축과 수요자원 거래 시장에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높여 프로슈머를 확산시킬 방침입니다.”
전기차 대중화도 곧 도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심지를 중심으로 개방형 전기차 충전소 150곳을 구축하고 주요 지역 사업소를 거점으로 하는 `스타네트워크(Star-Network)`를 추진하는 등 전기차 인프라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산업 부문에선 스마트공장에 친환경 공정을 도입, 공정 효율화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할 방침이다. 자동 생산의 모든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화를 적용, 친환경 스마트 팩토리 확산 사업을 벌일 구상이다.
◇에너지신산업, 전력 수급과 전기요금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어
“에너지 신산업은 기후 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등 에너지 분야의 주요 현안을 유효적절하게 해결할 뿐만 아니라 국가 전력 수급 및 전기요금 측면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조 사장은 에너지 신산업을 통해 미래에 등장할 서비스가 전력 수급과 전기요금 문제의 장기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AMI를 통해 소비자들이 실시간 에너지 소비량과 비용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가전기기를 제어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본인의 패턴을 분석해 시간대별로 요금을 차등화한 요금제를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효율 사용과 선택형 요금은 국가 전력 소비를 줄이고 요금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ESS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 더해지면 효과는 더 커진다. 가격이 싼 시간대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비쌀 때 파는 수익 모델이 가능해지고, 개인을 넘어 국가 전체로도 에너지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등 전기요금 체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조 사장은 지금 우리의 전력 시장을 파리기후협약 이후 기후 변화라는 빅리그에 참가한 상태로 분석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신산업에서 세계 각국이 새로운 변화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으로, 변화의 물결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과 시장의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점점 업종 간 벽이 허물어지고 융·복합하는 시대에서 카멜레온 같은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는 역량을 강조한다. 한전이 최근 전력 공급 안정화라는 기본 책무에 더해 업(業) 변화를 꾀하는 것은 같은 이유다.
조 사장은 “한전은 기후 변화라는 빅리그의 한국 대표 선수”라면서 “에너지 신사업에 과감한 투자로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