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출퇴근 승차공유 서비스 직접 이용해 보니

Photo Image

출퇴근길 승차 공유가 서울 강남과 경기도 성남시 판교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출퇴근길 차량 승차 공유는 합법 카풀 서비스를 겨냥했다. 일반 차량 공유로 택시 조합과 충돌한 우버와 달리 합법 영역 안에서 새 서비스가 탄생한 것이다. `럭시`와 `풀러스` 두 스타트업이 7월부터 앞다퉈 내놓은 서비스는 어느덧 이용자 3만건을 훌쩍 넘겼다. 승차 공유 서비스를 직접 이용했다.

Photo Image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 승차 공유는 출퇴근 시간에만 가능한 서비스다. 앱은 탑승자용과 운전자용 두 가지로 나뉜다. 탑승자용 앱 등록을 위해선 개인정보와 얼굴 사진 등을 요구했다. 개인정보는 통신사 인증과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에 공개된 내용으로 갈음했다. 사진은 직접 셀카로 찍어 등록했다. 이제 승차 공유 요청을 보낼 시간이다.

오후 5시 30분. 판교테크노밸리의 한 기업 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승차 공유 요청을 시작했다. 지도에 출발지와 도착지를 표시하자 출발 시간을 물었다. 시간은 바로 출발부터 1시간까지는 10분 단위, 이후부터 3시간까지는 30분과 1시간 단위로 각각 표시됐다. 요청 버튼을 누르자 주변 차를 탐색한다. 동행할 차를 못 찾았는지 연방 탐색만 여러 번 시도한다. 10분쯤 지나서 실망하려는 순간 동행 차와 연결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운전자 이름과 차번호가 앱에 함께 떴다.

오후 5시 40분. 그리고 전화가 왔다. “승차 공유 신청하셨죠? 저는 분당 오리역 부근이어서 20분 후에 도착합니다. 함께 가시겠습니까?” 좋다고 답변하자 차량 위치가 지도상에 떴다. 실제 차가 올까 하는 걱정을 누그러뜨리는 데 지도는 한몫했다. 몇 분 후 도착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다시 전화가 왔다. 위치를 얘기하자 뒤에 있다고 말한다. 포르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가 등장, 창문을 내렸다. “승차 공유 신청하셨죠?” “네, 맞습니다.”

오후 6시 10분. 인사를 나누고 이제 취재 인터뷰에 응해 줄지 걱정이다. 다행히 운전자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허락했다.

다음은 운전자와의 일문일답.

―승차 공유 서비스는 처음인가.

▲아니다. 8월 초부터 켜 놓고 시간이 생길 때마다 한다. 다만 아침에는 동행자도 출근시간에 늦지 않는 게 중요하고 나 역시 바빠서 이용할 엄두를 못 낸다.

―자주 하는 계기는 무엇인가.

▲혼자 차를 타기보다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퇴근할 수 있어 좋다. 14년 만에 고등학교 여자 동창생을 만나기도 했다. 애기 엄마가 됐더라. 탈 때는 몰랐는데 얘기하면서 서로 동창인 걸 알게 됐다. 그 이후로 재미있는 인연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끔 스타트업 하는 사람도 만나고 국악 하는 사람도 만난다. 말이 통하고, 동료의식을 느낄 때가 많다.

―무슨 일을 하는가.

▲스타트업을 운영한다. 4년차다. 회사 이름은 소릿길컴퍼니다. 젊은 국악인 사이에는 유명한 편이다. 원래 국악과 비보잉 등을 결합한 퓨전 공연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금은 주로 문화예술 창업 기업 컨설팅을 한다. 사업자등록증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는 사람부터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떻게 창업할지를 고민하는 사람까지 컨설팅 대상은 다양하다.

―재밌는 일도 있었나.

▲승차를 계기로 인연이 된 경우도 있다. 네 번가량 동행한 한 부동산 사업자와는 아기가 차안에서 구토한 것을 계기로 친해졌다. 그분이 아이 구토로 걱정하기에 괜찮다고 했더니 그 후 이웃사촌이 됐다.

여고생 둘을 태운 기억도 있다. 두 학생은 지갑을 잃어서 돈이 모자라 합정동에 내리겠다고 했는데 내리는 곳이 어둡고 늦은 시간이어서 구파발 집까지 데려다 준 적이 있다.

또 동네 주민을 만나 친구가 되는 적도 있다. 그럴 때는 동네에서 치맥(치킨+맥주)을 한다.

―불편한 점이 있다면.

집이 수원이다. 그런데 일은 분당과 선릉을 오가며 한다. 그러다 보니 선릉에서 집에 갈 때 동승자를 태운 적이 있었다. 그런데 탑승자가 술에 취해서 목적지에 도착해도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목적지라고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서 당황한 적이 있다. 승차 공유를 승용차나 대중교통으로 착각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승객한테 취객 페널티라도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버 등 차량 공유 서비스도 이용해 봤는가.

▲탑승자로 우버를 이용한 적은 있다. 하지만 우버는 그냥 택시란 느낌이 든다. 승차 공유는 사람 대 사람이 만나는 인간미 느낌이 강하다. 또 출퇴근만 해당해 동네 주민을 만나는 경우도 있어 반갑다.

또 승차 공유는 돈을 절약하자는 차원보다 시간을 공유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퇴근하는 시간을 서로 나눌 수 있고, 수다를 떨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도 돼 좋은 점이 많다.

오후 7시.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차량은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랐다. 결제를 하려고 하자 이미 결제가 됐다고 한다. 서비스 초기여서 승차공유서비스 회사에서 이벤트로 제공한 금액으로 내릴 때 자동결제가 된 것. 앱에는 17㎞ 거리에 요금 1만2200원이 찍혔다. 시간과 거리에 비례해 택시비와 비교하면 3분의 2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돈도 절약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