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실리콘밸리 기업이 피부에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고 얇은 플렉시블 인쇄회로기판(FPCB) 상용화에 나섰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와 실리콘밸리 기업이 전자산업 지형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되는 유연하고 얇은 FPCB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발에 나선 FPCB는 피부 등에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고 얇다. 피부 패치 형태의 초박형 회로는 병사와 조종사의 땀을 분석하고 기기를 감싸 가스 누출 탐지, 비행기 날개 스트레스 감지 등의 센서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전통의 전자회로와 다른 물질과 생산 기술이 필요하다. 잉크젯 프린터와 유사한 방법으로 종이나 플라스틱 또는 유기물질에 프린트해야 하고, 문신처럼 얇아서 사람 피부나 벽·지붕에 얇게 설치돼 사용할 수 있다.
전자회로에 프린팅 기술을 응용하는 개념은 10년 전에 시작됐으며, 최근 연구자들은 노선을 바꿔 칩이 올려지는 보드를 플렉시블로 바꾸는 `플렉시블하이브리드제조(FHM)`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를 플렉시블 보드에 함께 인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FHM 보급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 재료 공급과 제조 기술은 확보했지만 이 기술을 차세대 제품에 적용하려는 기업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FHM은 미국 제조업의 U턴과도 관련 있다. 미국 공장을 고수하고 있는 PCB제조업체 자빌서키트나 플렉스트로닉스 등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FHM은 새 제품을 빨리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어 미국 제조업 유턴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야노스 베레스 제록스 팰로앨토 연구소 프로그램 매니저는 “인쇄 방식으로 PCB의 소량 주문 생산이 가능해졌다”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FHM을 활용, 다른 경쟁 국가가 따라잡기 힘든 지식재산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견한다. 이런 기술을 적용한 차유리, 안테나, 솔라셀, 전자태그(RFID), 컴퓨터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는 병사들의 장비 무게 감축과 병사 컨디션 체크에 FHM 기술이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맬컴 톰슨 넥스트플렉스 부사장은 “플렉시블한 땀 모니터링 센서는 전장이나 조종석 착용자의 피로도를 나타내는 화합물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에서는 보잉사가 최근 항공 레이더에 붙일 수 있는 플렉시블 안테나를 공개했다. PCB제조업체 플렉스트로닉스는 미 국방부로부터 7500만달러를 투자 받아 첨단 FPCB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