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만에서 생긴 일

대만 디스플레이산업 전시회인 `터치타이완 2016`을 다녀왔다. 주최 측인 대만디스플레이산업협회(TUDA)는 숙소에서 전시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했다. 전시장까지 차로 40분 정도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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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게티이미지뱅크

전시회 이튿날 아침 셔틀버스에 오르려는데 중국 여성이 앞을 막았다. 자리가 없다는 이유였다. 다행히 운전기사가 조수석으로 안내해 조수석에 앉았다.

이동 시간 40분 동안 뒤편에서 중국어 대화가 이어졌다. 남자 서너 명이 묻고 답했다. 버스 승차를 제지한 중국 여성은 수행원이었다. 가까운 거리에 있어 내 귀에도 그들의 대화가 들렸다.

“한국은 노동조합이 강성이어서 사업을 하기 힘들다. 하이디스도 쌍용자동차와 마찬가지”라는 말에 누군가 “그러면 BOE는 손해를 보고 빠진 거냐”고 물었다. “아니다. 우리 BOE는 1억3000만달러(1450억원)를 투자했는데 다 회수했다”고 대답했다. 이동하는 동안 한국, 중국, 대만 관련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9일 하이디스 노동자 15명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대만 이잉크(E Ink)는 지난해 1월 하이디스 이천 LCD 공장을 폐쇄했다.

BOE는 2002년 하이디스를 사들인 뒤 2008년 대만 이잉크에 팔았다. BOE는 2005년 베이징 5세대 LCD라인에서 중국 기업 최초로 LCD 패널을 양산했다. 검찰 수사 결과 하이디스 기술 자료 4331건이 BOE에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에서는 하이디스, 쌍용자동차 매각을 이른바 `기술 먹튀`라고 부른다. 중국 상하이차는 쌍용자동차를 인도 마힌드라에 되팔았다. 하이디스는 지난해 광시야각 기술인 FFS 특허 등 기술료 수익으로 매출 10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85억원이었다.

장상원 대만디스플레이협회(TDUA) 협회장은 “대만 기업이 한국 기업의 특허를 빼돌렸다는 식의 국가 간 대결 구도가 아니라 이잉크가 내린 경영상 판단이라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 기업을 이용한 대만과 중국인들. 그들과 마주친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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