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미가 끝나자/방금까지 사랑을 나누던/수컷을 아삭아삭 씹어 먹는 자손만대 이어갈 뱃속의/암버마재비를 본 적이 있다//개개비 둥지에 알을 낳고 사라져버리는/뻐꾸기의 나라에선 모르리라/섹스를 사랑이라 번역하는 나라에선 모르리라/한 해에도 몇 백 명의 아이를/해외에 입양시키는 나라에선 모르리라//자손만대 이어갈 뱃속의/수많은 새끼들을 위하여/남편의 송장까지를 씹어 먹어야 하는/아내의 별난 입덧을 위하여/기꺼이 먹혀주는 버마재비의 사랑/그 유물론적 사랑을
- 복효근, `버마재비 사랑`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태어날 새끼들을 위해, 그 새끼들을 품고 있는 암컷의 별난 입덧을 위해, 생애 마지막 사랑을 나누는 수컷의 모습을. 예부터 사마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곤충이다. 풀숲에 조용히 숨어 몇 시간씩 숨어있다가 기회를 엿보는 사냥꾼의 본능, 상대가 자신보다 훨씬 크더라도 굽히거나 도망가지 않고 맞서는 무모함과 패기, 그리고 짝짓기 이후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충격적이고 파멸적인 사랑까지. 이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피비린내 나는 짝짓기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토록 파멸적인 사랑의 습성을 가지게 된 것일까.
먼저 사마귀에 대해서 알아보자. 사마귀는 분류학상으로 곤충강 망시목 사마귀아목에 속하는 곤충을 일컫는다. 곤충치고는 크기가 큰 편이며, 대표적인 육식성 곤충으로 가시 돋친 낫과 같은 앞다리로 먹잇감을 잡아채 단단히 움켜쥐고 산 채로 씹어 먹는 습성이 있다. 옛 문헌을 보면 사마귀라는 명칭보다는 버마재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은데, 버마재미란 범(호랑이)과 아재비(아저씨의 낮은말)의 합성어로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호랑이 아저씨`라는 뜻이다. 그만큼 사납고 무서운 곤충이라는 뜻이다.
여름 내 숲 속에 숨어 사납고 잔인한 포식자로 살아가던 사마귀는 가을이 되면 짝짓기를 한다. 암컷은 짝짓기 후에 유명한 `수컷 카니발리즘` 의식을 마치고 커다란 거품 모양의 알집을 짓고 그 안에 알을 낳는다. 알집은 마치 에어캡(일명 뽁뽁이)처럼 사이사이 공기층이 가득 들어차 있어서 알을 물리적 충격에서 보호할 뿐 아니라, 단열 효과로 인해 추운 겨울 내내 알이 얼지 않도록 보호한다. 이렇게 알 상태로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되면 한꺼번에 부화한다. 사마귀는 번데기를 거치지 않고, 일곱 번의 변태 후 성충이 되는 불완전변태를 하기 때문에 유충의 모습도 성충과 비슷하다. 모습이 비슷한 만큼 식성도 비슷해서 유충 역시 육식성으로 자신보다 작은 벌레라면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그렇게 눈앞에 보이는 먹잇감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며 일곱 번의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 사마귀는 이제 그 위험한 짝짓기를 할 시기가 다가온다. 사마귀는 암컷이 수컷에 비해 몸집의 크기가 월등히 크고 무엇이든 공격해서 잡아먹는 습성을 지녔기에 수컷 사마귀에게 짝짓기는 그야말로 산 채로 뜯어 먹힐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목숨 건 사랑`이다. 이 피비린내 나는 짝짓기의 시작은 부화기에 들어선 암컷이 페로몬을 내뿜어 수컷을 불러들이는데서 시작한다. 암컷이 내뿜는 페로몬의 아찔한 유혹에 이끌린 수컷은 암컷의 등에 올라타 짝짓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세간에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달리 모든 암컷이 짝짓기 한 수컷을 잡아먹는 것은 아니고 모든 수컷이 단 한 번의 교미와 목숨을 맞바꾸지는 않는다.
실제로 연구 결과, 암컷의 개체별 성숙도와 교미의 횟수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주장이 있다. 시기적으로 일찍 성체가 된 암컷 사마귀가 첫 번째 교미할 경우에는 수컷 사마귀가 잡아먹힐 확률이 높지만 두 번째 이후부터는 수컷을 잡아먹는 것을 자제한다고 한다. 또 늦게 성충이 된 암컷 사마귀들은 반대로 첫 번째 교미일 때 수컷 사마귀를 잡아먹는 것을 자제하는 반면, 두 번째 이후부터는 포식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는 모든 암컷 사마귀들이 수컷을 잡아먹는 바람에 수컷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짝짓기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본능적 절제로 풀이된다.
대부분 알에서 깨어날 때 암수비율은 일대일 이다. 먼저 성숙한 암컷은 첫 번째 파트너를 잡아먹어도 대부분 다음 파트너를 구하기 어렵지 않기 때문에 일단 먹고 본다. 반면, 두 번째 이후부터는 수컷의 수가 줄기 때문에 그 다음 교미를 위해 수컷을 살려주는 것이다.
반면 늦게 성숙한 암컷은 이미 수컷의 수가 줄어 있는 상태에서 짝짓기를 하는 것이므로 일단은 다음을 기약해 놓아주었다가, 두 번째 이후부터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기에 더 이상은 기회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수컷을 단백질 보충제로 이용하는 것이다. 수컷의 입장에서는 짝짓기의 시기를 초기-중기-말기로 나눴을 때, 초기와 말기가 가장 위험하며 중기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잡아먹힐 위험이 덜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잘 이용해 여러 번 짝짓기를 하는 운 좋은 수컷도 있다. 여러 번 짝짓기를 할수록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유전학적 승리자는 바로 짝짓기를 많이 한 수컷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짝짓기 이후 잡아먹혔다고 해서 유전학적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과 호주의 연구자들이 `영국왕립학회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짝짓기 한 암컷 사마귀 중 수컷을 잡아먹은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더 많은 알을 낳았으며, 아버지의 피와 살을 받아 탄생한 알들이 더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에 연구진들은 “사마귀의 수컷 카니발리즘은 자손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한 냉정한 투자”라고 밝혔다.
사마귀의 수컷이 짝짓기 때마다 잡아먹힐 확률은 25% 정도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교미를 하는 셈인데, 사마귀들에게 만약 의식이 있다면 거미를 벤치마킹하는 건 어떨까. 역시 교미 도중 수컷을 잡아먹는 습성을 지닌 거미의 일종(Pisaura mirabilis)은 자신의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을 거미줄로 둘둘 감싸 단단하게 포장한 뒤 암컷에게 교미 선물로 주는 습성이 있다. 암컷이 꽁꽁 묶인 거미줄을 풀고 먹이를 먹는 동안 재빨리 교미를 마치고 탈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늘도 사마귀는 우직하니 교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 마치 자신의 몸이 번식을 위한 최상의 대가임을 아는 것처럼 말이다. 자연의 법칙이란 그렇게 어리석도록 효율적인 것이다.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