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결단(決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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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상 중요한 결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사업이 그렇다. 지난 2003년 처음 논의된 이래 13년 동안 구축을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범 사업을 마무리했지만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본사업은 언제 시작될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은 비용이다. 시범 사업 결과 전국을 커버하려면 예상보다 수천억 원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혈세 낭비 논란이 불거졌다. 상용망을 쓰자는 주장이다. 초기 정보전략계획(ISP)의 부실함을 지적하는 주장도 여럿이다.

결국 시범사업 검증협의체가 구성돼 오는 9월까지 검증을 진행한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한 통신망이다. 문제점은 짚고 넘어가는 게 맞다. 하지만 국민안전처,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지나치게 외부 의견에 흔들리는 것은 문제다.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면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의지도 필요하다.

정부는 내년까지 본사업을 완료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예산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년 본사업 완료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년은 정권 말기다. 벌써부터 레임덕과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사업에 착수하지 못하면 재난망은 또다시 표류할 수밖에 없다.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 내년에 사업 완료가 어려우면 장기 계획으로 전환해야 한다. 2020년까지 망을 구축하되 완벽을 기하면 된다. 반드시 내년에 사업을 완료해야 한다면 넋 놓고 검증협의체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올해 목적예비비로 편성된 사업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기재부와 국회를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9월에 검증협의체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 그동안 그래 왔듯 수많은 이견이 나올 것이 명백하다. 결국 재난망 사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 무선망이 가동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안전처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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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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