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장기를 내 몸에…`꿈의 기술` 가속화

이종 이식기술 성큼

“영장류를 대상으로 하는 돼지 췌도 이식 시험은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통과했습니다. 기술 개발과 제도 개선이 뒷받침된다면 심장, 간, 폐 등 고형장기 이종이식도 꿈이 아닙니다.”

박정규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은 동물 장기를 사람에 이식하는 `꿈의 기술` 구현도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고형장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적은 췌도 등 세포이식 성공이 가시화됐다. 이르면 2018년 말 돼지 췌도 이식 임상시험을 실시한다. 한창 개발 중인 유전자 편집기술까지 접목된다면 10년 안에 돼지 심장을 사람에 이식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심각한 장기 수급 불균형 상황에 숨통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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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연구팀이 돼지 췌도를 간문맥을 통해 원숭이에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 중이다.(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제공)

2004년 출범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170여명 연구진이 참여해 돼지 췌도 세포와 각막, 심장판막·도관 등을 원숭이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1단계 사업에서 돼지 췌도 세포를 당뇨병 원숭이에 이식해 6개월 이상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3년부터 2단계 사업을 진행해 면역조절 항체 개발, 임상시험 등을 추진했다. 박 단장은 1단계 사업단 부단장에 이어 2단계 사업 단장을 맡아 10년 넘게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사업단에서 진행하는 돼지 췌도, 각막 이식이 성과를 거두면서 당초 계획에는 없는 2단계 사업을 진행해 임상까지 마칠 계획”이라며 “지난해 세계 과학 유력 저널 유레카에서 선정한 3대 연구 성과에 선정됐다”고 말했다.

이종이식을 위해서는 WHO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통과해야 한다. 돼지에서 장기이식을 받은 원숭이 8마리 중 5마리가 최소 6개월 이상 생존해야 한다. 사업단 연구는 이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한 마리는 900일을 정상혈당을 유지한 채 생존시켰다. 이르면 2018년 말 돼지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국내 10만 당뇨병 환자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다.

궁극적으로 고형장기 이식이 목표다. 모든 장기 이식은 면역 거부반응을 없애는 게 관건이다. 동종 간 이식도 거부반응이 있는데, 돼지 등 종이 다르면 거부반응은 더 심하다.

면역 거부반응을 없애는 항체를 개발 중이다. 앞으로는 `유전자 가위` 등 편집기술에 기대를 건다. 돼지 유전자를 편집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다. 10년 안에 면역 억제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인간 몸에 최적화한 장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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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연구팀이 돼지 췌도를 간문맥을 통해 원숭이에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 중이다.(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제공)

우리나라는 췌도, 각막 등 세포이식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종장기 전반 기술과 인프라는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 췌도, 각막 이종이식은 장기라기보다 세포에 가깝다. 심장 등 고형장기 이식 기술은 여전히 부족하다. 핵심이 되는 형질전환 돼지(거부반응이 없는 돼지)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업단이 보유한 40마리 무균 돼지도 면역 거부반응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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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개발한 무균돼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제도도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종이식과 관련한 법이 없다. 미국, 일본 등은 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운영·관리한다. 우리는 관련법이 없다 보니 임상시험 허가조차 받지 못한다. 2018년 계획인 돼지 췌도 이식 임상시험도 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올 스톱` 된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법·제도 마련에 나섰다. 세포 대상 이식을 가능케 한 `첨단재생의료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이다.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됐지만, 20대 국회에서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복지부도 법 통과를 염두에 두고 관련 시행령을 수립 중이다.

박 단장은 “동물시험까지 마쳤지만 관련법이 없어 임상시험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다행히 정부가 관련법을 추진해 고형장기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세포이식은 연구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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