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중학생 때 처음 컴퓨터 과목을 접했다. 당시 1990년대 후반에 컴퓨터 교육이 화두였다. 컴퓨터 과목 전담 교사는 딱히 없었다. 가정 과목 담당 교사가 컴퓨터 수업을 병행했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 시간. 대부분 용어 공부였다. 최초 컴퓨터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비트와 바이트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외우고 또 외웠다. 컴퓨터 시험은 사회, 한문을 잇는 대표 암기 과목의 하나였다.
20년 후 다시 컴퓨터 교육이 화두다. 컴퓨터 대신 소프트웨어(SW)로 용어가 바뀌었다. 암기 대신 사고력을 요한다. 암기 과목 같던 컴퓨터에 사고력이 어떻게 더해질 지 궁금했다.
답은 현장에 있었다. 전자신문과 초등컴퓨팅교사협회가 지난주까지 여름방학 기간을 맞아 공동 주최한 `드림업 SW교육`은 20년 전과 180도 달라진 수업 환경을 느낀 자리였다. 초등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로봇이 미로를 통과해 결승선까지 들어설 지 고민을 거듭했다. SW는 로봇을 움직이는 도구였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수업에 몰두했다. 컴퓨팅식 사고력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컴퓨터 SW 프로그램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반복하는 과정이었다.
지금부터 20년 후를 생각해 보자. 영화 `그녀(HER)`에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사만다가 주인공의 연인이 된 것처럼 SW는 우리 삶 깊숙한 곳까지 들어올 것이다. 무인자동차는 물론 인간 대신 SW가 움직이는 사물과 시스템이 다수 등장할 것이다.
올해 초 미국 정부는 4조원의 기금을 조성,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SW교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SW교육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리도 2018년부터 초·중등학교 SW교육 의무화를 실시한다. SW교육 출발선에 섰다.
SW교육은 지금보다 더 적극 이뤄져야 한다. 입시와 사교육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수업 현장을 보여 주자. 현장에서 학생들이 SW로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직접 보면 생각의 틀이 바뀐다. SW 조기교육을 미뤄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정부 역시 SW교육에 대한 의구심을 걷어 내고 아낌없는 지원과 밑그림을 마련해 줘야 한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