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떠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무사 도착했습니다. 우주선 문이 열리고 선장인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뎠습니다. 인류가 지금도 기억하는 1969년의 역사적 장면입니다. 그런데 우주인들이 어떻게 달에 도착하고, 탐사를 마칠 수 있었을까요. 달은 표면온도가 태양빛이 도달하는 곳은 영상 250도, 빛이 없는 곳은 영하 120도에 이르는 극한 환경입니다. 이를 가능케 한 건 `폴리이미드(Polyimide)`의 힘이 적지 않았습니다.
Q:폴리이미드가 무엇인가요.
A:폴리이미드는 탄소와 질소로 구성된 오각형 고리 모양(이미드) 구조가 반복된 고분자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해 볼까요. 금속보다 가벼우면서 쉽게 깨지지 않고 불에 잘 타지 않는 플라스틱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분류되고, 일반적으로는 `플라스틱의 왕`으로 불리는 소재입니다.
Q:폴리이미드 특징을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A:주목해야 할 부분은 열에 강하다는 것입니다. 영상 400도 고온에서도 폴리이미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형태, 물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영하 269도도 견딥니다. 절대온도에 가까운 온도지요. 극저온부터 고온까지 온도 변화가 심한 달 탐사에 폴리이미드가 필요했던 이유입니다.
폴리이미드는 또 플라스틱이면서 매우 유연합니다. 보통 열에 강하면 금속처럼 딱딱할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요. 폴리이미드를 필름 형태로 만들면 온도에 강한 특성은 고스란히 유지되면서 종이처럼 자유롭게 휘게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전기절연성이 뛰어납니다. 전기를 통하지 않게 하는 성질이 있다는 뜻입니다. 전기를 차단해야 하는 곳에 쓸 수 있습니다.
Q:용도는 어떻게 되나요.
A:폴리이미드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주항공 목적으로 탄생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필요로 듀폰(Dupont)에서 개발했습니다. 우주복, 비행기 날개 등 특수한 분야에 한정, 사용됐습니다. 미국은 1970년대 `F16 전투기` 날개를 폴리이미드로 만들어 전투기 무게를 26% 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서면서 폴리이미드 사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됐습니다. 인텔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에 폴리이미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절연성에 주목한 것입니다.
폴리이미드는 또 선박, 잠수함 내장재로도 쓰였습니다. 가벼운데다 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 때문이죠. 자동차 엔진 주변 부품 소재로 쓰이는 등 기계 분야에서도 각광받았습니다.
Q:최근에는 어디에 쓰이고 있나요.
A:새롭게 각광 받는 분야는 정보기술(IT) 입니다. 폴리이미드는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회로 대부분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이라고 들어봤나요. 휘어지는 기판을 FPCB라고 하는데, 이 기판을 만드는 소재가 폴리이미드입니다.
폴리이미드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곳은 디스플레이 분야입니다. 얼마 전 삼성전자가 출시한 `기어핏2`란 기기가 있습니다. 손목시계 역할도 하고, 사용자가 얼마나 뛰고 걸었는지 운동량을 측정하는 제품인데요, 기어핏2는 손목에 잘 맞게 화면이 휘어져 있습니다.
바로 이 구부러진 화면을 가능케 한 게 폴리이미드입니다. 폴리이미드가 열에 강하고 유연하니까 디스플레이, 특히 화면이 휘어진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삼성은 폴리이미드 기판에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소자(OLED)를 증착해 구부러진 화면을 구현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지금은 일정한 각도로 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접었다 펴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폴리이미드의 유연한 특성을 보다 강화하면 가능한 일인데요. 실제로 관련 기업이 접었다 펴는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 기술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종이책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보입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