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 고`가 출시된 지 한 달째다. 지난달 6일 북미, 호주, 뉴질랜드에서 출시된 이 게임은 8월 현재 일본을 비롯해 35개국 이상에서 서비스 중이다.
포켓몬 고 한국 출시는 여전히 미정이다. 개발사 나이앤틱은 7월 말 한국에서 가질 예정이었던 AR 게임 `인그레스` 이용자 간담회를 취소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예상보다 많은 관심이 쏟아진 것에 따른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그레스 행사 주객이 전도되는 것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포켓몬 고는 한국에 언제 정식으로 출시될까. 인그레스를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나이앤틱이 포켓몬 고에 앞서 출시한 인그레스는 2012년 글로벌 출시 이후 1년 만에 정식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한 이 게임은 한국에서 100% 완성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도로와 길이 게임 내 맵에 표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대축척지도(1:5000) 정보를 구글에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2일 구글이 신청한 대축척지도 정보 제공 여부를 결정한다. 여기서 지도 반출이 허용되면 포켓몬 고 한국 출시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나이앤틱과 주변 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지도반출 문제는 한국 포켓몬 고 서비스에 가장 큰 문제점은 아니지만 출시를 앞당기는 요소 중 하나다.
존 행크 나이앤틱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도 결국에는 출시할 것(ultimately to launch)”이라고 언급했다.
나이앤틱은 한국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 한국은 북미, 유럽,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5위권 규모 시장이지만 나이앤틱 첫 게임 인그레스 성적은 기대에 비해 신통치 않았다.
절대적 성과는 다른 지역에 비해 부족하지만 지도 데이터가 부족한 열악한 환경을 고려하면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자발적 커뮤니티 움직임이 활발하다. 포켓몬 고 글로벌 출시 이후 한국에서 인그레스 가입자도 수배 늘었다.
이 중 일부는 열성 이용자로 남았다. 한국 인그레스 이용자들은 오는 6일 대학로에서 신입 이용자 환영회를 연다.
나이앤틱은 올해 상반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APEC) 인그레스 커뮤니티 매니징 업무를 한국에 거주하는 매니저에게 맡겼다. 나이앤틱 내 한국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나이앤틱은 인그레스 시절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서 포켓몬 고를 제대로 서비스하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축척 지도데이터를 포함한 100% 완성된 게임을 제공하면 폭발적 반응이 예상된다. 이미 한국 인그레스 이용자가 국내에 만든 포털은 4만개에 달한다. 포켓몬 고가 정식 출시되면 이 포털을 `포켓스탑(아이템 등을 얻을 수 있는 거점)`으로 활용 가능하다. 단기간 내에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
나이앤틱은 일본에서 맥도날드와 제휴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맥도날드 지점을 포켓스탑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일본 맥도날드 지점은 포켓몬 출시 이후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한국 내 많은 기업이 나이앤틱과 제휴를 원한다. 한국 서비스를 앞두고 물밑 작업이 활발하다. 이용자들이 사유지나 민감한 지역을 침범하는 문제는 점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앤틱은 출시 초기부터 포켓몬 출현 지역 민원을 받는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기관과 개인 모두 포켓몬 출현을 멈춰달라든지 혹은 그 반대 요청을 할 수 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