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특허까지 받았지만... 한국에선 `안되는` 핀테크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 회원 간 P2P 결제서비스 사업을 준비했던 P사는 정부부처 규제에 가로막혀 6년 동안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내 신용카드사와 특허 본계약을 체결하고 테스트까지 완료했지만 금융당국은 서비스 불허를 고집했다.

P사가 개발한 사업은 각 신용카드사 회원 간 소액 상거래, 부의금, 결혼,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 등을 P2P 형태로 결제하는 서비스다. 카드사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로 접속해 사용자 등록을 하고 카드사 서버로부터 회원 고유 URL을 발급받으면 거래를 할 수 있다. 거래 상대방에게 URL을 첨부해 알림메시지를 보내면 URL을 클릭해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송금인은 본인 카드 결제 결제날짜에 결제대금이 통합 결제되며 수취인은 자신의 신용카드 사용액에서 상계(차감청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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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 시장에 특허 등록까지 완료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이 서비스에 사실상 불허를 통보했다. 카드 불법결제(속칭 카드깡) 여지가 있다고 봤다.

금융위는 “카드사 간 P2P 서비스는 물품 판매나 용역 제공 없이 신용카드로 거래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해당 P2P 서비스가 카드 불법결제에 해당하고 이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다.

P사 대표는 “카드사와 파일럿 테스트까지 마쳤지만 금융당국은 서면 답변도 아닌 구두 통보만 했다”며 “지난 6년간 사업을 준비했지만 서비스 출시를 못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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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터치 본인인증 사업을 준비 중인 H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H사는 금융권 비대면 인증 방식으로 카드터치 본인인증을 금융시장과 인터넷, 게임 시장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권에서 사용가능한 본인인증 방법을 인터넷 쇼핑 등에 적용하려 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서비스가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H사 대표는 “서비스를 상용화하려면 인증 확인 기관인 신용평가사 서비스 연동이 이뤄져야 하는데 방통위가 신용평가사를 카드 인증기관으로 허가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서비스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인증은 아이핀 방식을 이용해 인가를 받은 만큼 다른 대체수단으로 인증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서비스 주체인 신용평가사는 아이핀으로 본인확인 업무를 허가 받은 것이지, 신용카드를 이용한 본인확인 업무를 허가받은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현재는 서비스할 수 없고 별도 본인확인기관 추가지정을 신청해서 심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금융당국 해석과 엇갈린 결정이다. 이미 신용평가사는 신용정보보호법에 의한 본인인증 및 식별업무를 할 수 있다. 금융위도 유권해석을 거쳐 문제가 없다고 통보했다. 실제로 국세청과 상당수 보험 사이트 등이 신용카드를 이용한 본인인증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정보통신망법상으로 포괄적 업무 허용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H사는 이 같은 규제 관련 사실을 국무조정실에 중재안으로 상정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핀테크는 융합 서비스이고 계속해서 신기술이 나오는 분야”라며 “부처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어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