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37>선발이라는 전략적 의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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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전략 용어에 전략적 의도(Strategic Intent)라는 말이 있다. 전략적 의도란 현재 자원과 역량으로는 이루기 어렵지만 미래에 반드시 이뤄 내고자 하는 꿈과 의지를 뜻한다. 기업이나 개인은 명확한 전략적 의도 아래에서 목적과 수단을 조화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략적 의도는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성공을 이뤄 내는 강력한 힘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추격`이라는 전략적 의도를 일상화함으로써 `선진국 따라잡기`에 집착해서 성장했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누구든 찾아가 무엇이라도 배우겠다는 자세로 학습하고, 혁신을 이뤄 냈다. 그 덕분에 세계 1위 제철소, 조선소, 반도체 공장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전략적 의도를 추격에서 선발로 대전환해야 할 상황을 맞이했다. 추격할 선진 목표가 사라진 데다 굴기하는 중국 경제로 인해 황급히 선발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된 것이다.

사전상의 정의로 선발은 남보다 먼저 길을 떠나는 것을 뜻한다. 성경에서 창세기를 보면 인간은 처음 에덴동산을 떠났다. 그러나 그때는 선발이 아니라 강제로 쫓겨난 것이었다. 창세기에서 처음 눈에 띄는 `선발`은 아브라함이 야훼의 명령에 순명해서 고향을 등지고 새로운 신천지를 향해 떠난 사건이다. 새 세상에 대한 꿈과 믿음을 안고 알 수 없는 미지의 장소로 용감하게 길을 떠난 아브라함의 `선발` 덕분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믿음의 자손이 생겼다`고 성경은 기록한다.

선발은 종종 `퍼스트 펭귄`에 비유된다. 즉 위험한 바다로 가장 먼저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의 선발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선발이라는 개념 속에는 도전과 용기, 그 결과로 얻어지는 선취 이상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즉 보유한 강점과 자산,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로 들어서거나 위험한 바다로 뛰어드는 대전환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에서 선발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경쟁력의 근간을 이뤄 온 것을 과감히 덜어 내고 버리는 작업을 시사한다.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이제는 과감히 없애거나 넘어서야 하는 것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기업 조직 안에서 일상화된 엄격한 상하관계, 형식주의에 치우친 행동, 규정과 상사 의견에 의존하는 의사결정 등 이것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면 세상에 없는 가치를 일궈 낼 수 있는 창의성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선발이란 형식보다 실용, 상하관계가 아닌 파트너십, 눈치 보기로부터 진정한 가치 추구를 향한 길이다.

선발 주자로서 아브라함과 퍼스트 펭귄의 전략적 의도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일등이 되고자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대신 세상에 없거나 무리에서 아직 시도하지 않은 일을 처음으로 시도했고, 그 결과 세상과 무리 자체를 변화시켰다.

선발의 본질은 세상 변화를 쫓아 경쟁자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크든 작든 남들이 못하는 새로운 가치 창조에 집착하는 것이다. 다행히 언젠가 세상과 무리가 알아봐 주고 인정해 준다면 그때는 그들이 나를 쫓아 변화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본질상 선발 주자와 시장 환경 간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시장 환경이 알아봐 주고 인정해 주기 전까지 고립된 존재로 남기 십상이다. 이러한 개인들의 존재를 일컬어 각 나라 사회에서는 다양한 용어로 표현한다. 우리말에 괴짜를 뜻하는 `똘아이`, 미국말 `프리크(Freak)`, 일본말 `오타쿠`, 중국말 `구아이런(怪人)` 등. 이들이 모두 선발 주자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잠재력이 있는 존재인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선발 주자는 넘버원보다 `온리 원`(Only One)을 지향한다. 이에 따라 선발 주자는 대부분 수십 년 동안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을 개발하거나 독창적인 회사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시장에서 일등으로 자리 잡은 기업이 많다.

결론적으로 선발형 전략 의도는 세상이나 무리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는 꿈과 의지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길로 과감히 들어가 위험을 감수하며 실패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자신을 더욱 성숙시키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그래야 절박한 상황 속에서 오랜 기간 인내할 수 있다. 그 대가로 선발 주자는 결국 기회를 찾아내 그것을 재빨리 실현시킴으로써 시장 환경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선발이라는 새로운 전략적 의도를 작동시켜야 하는 단계에 있다. 이 전략적 의도의 실현 여부에 따라 뒷걸음치든지 한 단계 더 도약하든지가 결정될 것이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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