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빅데이터 분석엔진 전문 스타트업 `그루터`의 핵심 엔지니어를 대거 영입했다. 지난 2014년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SW) 업체 캄시 인수에 이어 그루터 인력을 흡수하며 데이터 기술 중심 커머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쿠팡은 그루터의 빅데이터 분석 엔진 기술을 무기로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 주도권 확보에 드라이브를 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그루터에서 빅데이터 분석 엔진 `타조`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 7명을 영입했다. 통상 기업은 타 기업 인력을 영입할 때 연봉 등을 높여 개별 협상을 진행한다. 쿠팡은 기존 스카우트 방식과 달리 기업 대 기업 합의 방식으로 그루터 핵심 개발 인력을 흡수했다.
쿠팡 관계자는 “그루터와 협의해 엔지니어를 영입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루터와 체결한 기밀유지협약(NDA)에 따라 구체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쿠팡은 그루터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루터와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일부 기술 인력만 쿠팡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영난에 빠진 그루터가 쿠팡이 제시한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영입한 엔지니어 7명은 타조 개발에 참여한 상위급 엔지니어로 전해졌다. 타조는 기존 하둡(Hadoop) 빅데이터 처리엔진과 비교해 최소 10배 이상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는 빅데이터 분석 엔진이다. 비영리 오픈소스 관리 단체 아파치소프트웨어재단(ASF)이 톱 레벨 프로젝트로 선정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쿠팡이 흡수한 그루터 엔지니어 7명은 현재 쿠팡으로 소속을 전환하고 별도 신설 팀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이 내부 조직을 `프로덕트 오너(PO)`로 불리는 소규모 팀으로 구분한 `애자일(Agile)` 시스템으로 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도 신규 PO에 소속됐을 가능성이 높다. 각 PO는 수개월을 주기로 내부에서 경쟁하며 개발 결과를 공유한다. PO는 그동안 로켓배송, 쿠팡맨 등 쿠팡 대표 서비스 브랜드를 개발했다.
쿠팡은 앞으로 타조를 개발한 엔지니어들의 기술력을 모바일·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언제 어디서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쇼핑이 대중화하면서 맞춤형 추천 상품, 최저가 상품 검색 등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 쿠팡은 지난 2014년 캄시를 인수하면서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힘을 쏟았다. 쿠팡이 앞으로 타조 기술을 커머스 채널에 이식하면 온라인 쇼핑 업계최고 수준 초고속 검색 플랫폼을 확보하게 된다.
그루터는 핵심 인력을 쿠팡에 내주면서 사업 구조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SK텔레콤과 빅데이터 분석 사업에서 충돌하면서 타격을 받은 이후 또 한 번 격변을 맞게 됐다. 그동안 총력을 기울인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사업은 당분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업계는 이 때문에 쿠팡 등이 그루터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루터는 현재 인력을 충원해 빅데이터 사업을 재개하거나 업종을 변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석 유통/프랜차이즈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