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북미 전기자동차(BEV)용 배터리 수요가 50%나 늘었다. 전기차 판매 대수 증가량은 20% 정도였지만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보다 배터리가 많이 들어가는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19일 북미 전기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EVs)가 집계한 북미 전기차(BEV·PHEV) 판매량을 근거로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북미 전기차 판매량은 총 6만4802대로 나타났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2107㎿h로 집계돼 전년 동기 1500㎿h보다 50% 이상 늘었다. 전기차 판매 대수는 2015년 상반기 5만4347대에 비해 17% 늘어났지만 탑재되는 배터리는 훨씬 더 많이 증가했다.
이 기간에 한국산 전기차용 배터리는 437㎿h 팔리는데 그쳐 일본의 1670㎿h에 크게 뒤졌다. 시장점유율은 각각 21%, 79%였다. 지난해 한·일 간 배터리 점유율이 33%(875㎿h), 67%(2358㎿h)인 것에 비교하면 한국산 점유율이 더 낮아졌다.
일본 배터리 점유율 증가는 테슬라 `모델S`에 이어 `모델X` 판매량이 이끌었다. 두 모델은 일반 PHEV 모델보다 배터리 용량이 최대 8배 이상 많이 들어간다. `모델S`는 지난달 3700대를 포함해 상반기 동안 1만2000대가 판매, 북미 시장 1위를 기록했다. `모델X`도 6995대 팔렸다. 두 모델에 들어간 배터리만 1354㎿h로 북미 배터리 시장의 60%에 이른다. 일본 파나소닉은 테슬라의 물량만으로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 자리를 지켰다.
하반기 시장 구도는 한국산 배터리에 유리한 형국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3분기부터 북미 지역에 출시되는 유력 전기차 모델의 다수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이들 전기차는 지금(25㎾h~27㎾h)보다 용량이 두 배가량 큰 배터리(33㎾h~60㎾h)를 장착하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확대에 유리하다.
하반기 북미 시장에는 GM 첫 순수전기차 `볼트(Bolt)`를 비롯해 BMW `i3` 2세대,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 모두 한국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이 시장에 나온다. 반면에 일본 배터리를 장착한 폭스바겐 `e골프`와 닛산 `리프` 각각 2세대 모델, 테슬라 `모델3`은 2017년 이후에나 출시될 예정이다.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일본 배터리 업체가 테슬라 등 초기 전기차 모델을 선점한 효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를 시작으로 한국산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장거리 전기차가 출시됨에 따라 배터리 시장에서 한·일 간 경쟁은 더욱더 팽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주요 전기차 및 배터리 판매량 (단위:대·㎿h / 자료:인사이드EVs·전자신문)>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