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유해성을 알고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존 리 옥시 전 대표를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리 전 대표를 최근 불구속 기소 했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검찰의 고발요청에 따라 옥시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다시 심의하고, 존 리 옥시 전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옥시는 2000년부터 2011년 8월 30일까지 주성분이 PHMG인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이하 가습기당번)을 판매하며 제품용기에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표기했다. 이와 관련 2012년 공정위는 거짓·과장 표시·광고라고 판단, 시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거라브 제인 옥시 전 대표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조사는 4년 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최근 조사 과정에서 리 전 대표의 법 위반 혐의를 포착, 공정위에 추가 고발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23일 소회의를 거쳐 고발을 확정했다. 검찰은 리 전 대표를 표시광고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최근 불구속기소 했다.
공정위는 검찰 조사 결과를 인용해 옥시가 1998년부터 2000년 10월까지 가습기당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흡입독성실험 등 안정성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성인이 아닌 영유아에게도 무해하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별도 검사도 하지 않았음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옥시는 2003년 가습기당번에 오히려 “살균 99.9%-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를 추가 사용하기로 하면서 별도 검사를 하지 않았다. 리 전 대표는 2005년 12월 관련 문구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게 된 옥시 연구소 담당자로부터 문구 변경이 필요함을 보고 받았다. 연구소 담당자는 “기존 라벨 문구 중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는 `사용량을 지킨다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로, `아이에게도 안심`은 부적절한 표현이므로 이것을 빼야 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리 전 대표는 “가습기당번 라벨은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계속해서 사용해오던 것이다”며 “연구소에서 이야기하는 라벨 변경은 가습기당번의 앞 라벨을 바꿔야 하는 문제인데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를 빼버리면 제품의 콘셉트 자체가 달라진다. 시간적으로도 이것을 바꾸는 것은 너무 긴박하기 때문에 힘들다”며 관련 문구를 바꾸지 말고 그대로 사용할 것을 지시했다.
공정위는 “피심인은 상당한 주의와 감독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며 “나아가 제품에 이번 사건 문구와 추가문구를 계속 사용하도록 지시하는 등 직접 관여한 사실이 인정돼 고발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