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CJ헬로비전 인수 끝내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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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헬로비전은 18일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 최종 불허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존중한다”면서 “미디어 산업 미래를 고려할 때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헬로비전 본사.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이 끝내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M&A를 최종 불허한 데 이어 최종 결정권을 쥔 미래창조과학부가 `기업결합 불가능`을 인정하면서 7개월여 끈 M&A는 결국 물 건너갔다.

고착화된 방송통신 시장 구조 개편은 물론 M&A로 활로를 모색하려던 케이블TV 업계의 전략에는 제동이 걸렸다. 통신·방송 융합뿐만 아니라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간 융합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불가피해졌다. 활발한 M&A로 시장 확대를 꾀하는 세계 통신방송 시장과 역행한다는 역차별 논란도 예상된다. ▶관련기사 4·5면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건을 심사한 결과 경쟁 제한 우려를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기업 결합 자체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유료방송시장, 이동통신 소매와 도매시장 등 방송·통신 시장에서 경쟁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최대 쟁점인 유료방송서비스의 권역별 시장 획정에 대해 “CJ헬로비전 23개 방송권역별로 사업자별 시장점유율, 케이블방송 실제 요금이 모두 상이한 점을 비춰볼 때 실제 경쟁도 방송권역별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유료방송의 지리적 시장을 지역별로 획정했다고 덧붙였다. 유료방송 규제가 전국 단위로 달라지는 상황에서 권역별 점유율 규제는 시대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지적을 반박한 것이다.

또 경쟁제한성 측면에서 M&A 이후 CJ헬로비전 23개 방송권역 가운데 21개 구역에서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21개 권역에서 시장점유율이 46.9~76.0%에 이르고 2위 사업자와의 격차도 최대 58.8%에 이르는 등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케이블TV(SO)와 IPTV 사업자 간 기업 결합으로 케이블TV가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가 같은 편이 되면서 요금 인상 억지력이 약화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알뜰폰 시장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이동통신 소매 시장 경쟁 견제력이 크게 감소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번 기업결합은 과거 방송통신 분야와 달리 수평·수직형 기업결합이 혼재돼 있어 경쟁 제한 우려가 여러 경로를 통해 복합 발생한다”면서 “행태적 조치가 일부 자산 매각으로는 근본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 발표 직후 미래부는 “이번 M&A는 4개 법률에 따라 심사가 진행되는데 공정위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주식 취득과 합병 금지 결정으로 기업 결합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심사 절차를 계속 진행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후속 절차는 내부 검토를 거쳐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M&A를 통해 시장 구조를 개편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케이블TV 업계의 기대는 물거품으로 됐다. 케이블TV 인수 역량이 있는 다른 통신사업자 역시 이번 판단으로 인해 대부분 케이블TV 인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플랫폼 확대와 콘텐츠 지원 강화 등 M&A 이후 추진하려던 3대 추진 계획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CJ헬로비전 역시 M&A 무산에 대비, 분위기를 추스르고 새로운 경쟁력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유료방송 시장은 지금과 같은 IPTV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스카이라이프와 함께 시장점유율 30%에 육박하는 KT 독주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유료방송 가입자 확대를 위해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유·무선 결합상품 공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케이블TV 업계에는 앞으로도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동안 관심 밖으로 멀어져 있던 이동통신 상품과 `동등결합` 논의가 구체화되고, SO 간 M&A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시장과 역차별 논란도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 등은 경쟁 활성화와 이용자 편익 제고 측면에서 통신과 방송 간 M&A를 허용하는 추세다.

SK텔레콤은 “이번 결정을 수용한다”면서 “국내 미디어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J헬로비전은 “심의 결과를 존중하지만 미디어 산업 미래를 고려할 때 유감”이라면서 “이후 대응 방안을 마련 중으로, 다각도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호천 통신방송전문기자 hcan@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