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무역이 국제 무역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디지털 무역 시대에는 유·무형의 상품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된다. 국내 무역업계에도 온라인을 활용한 해외 시장 진출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무역 시대에는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상품 거래가 가능하다. 직거래로 유통 단계를 단일화해 거래비용을 줄이고, 온라인 거래로 지역·국경에 따른 접근 장벽을 낮춘다. 또 눈에 보이는 상품뿐만 아니라 게임, 영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콘텐츠 상품 공급량이 증가한다.
한국무역협회는 `디지털 경제와 한국무역` 보고서에서 디지털 무역으로 해외 시장 진출의 장벽이 낮아진다고 밝혔다. 해외 시장을 누비는 소기업인 마이크로글로벌 기업이 늘고, 소비자도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접속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 각국의 소비재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교역 유통비용도 줄어든다. 과거에는 현지 바이어 확보와 영업점 구축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로 인해 해외 진출은 자본력을 갖춘 기업의 전유물이었다. 이제는 창업 초기 기업도 별도 유통망 없이 해외 소비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다.
디지털 무역 시대는 한국에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다. 국내 판매자들이 세계 주요 플랫폼 안착에 성공한다면 수출 전성기를 다시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내수 기업들이 수출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난다. 이미 국내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알리바바, 아마존, 이베이 등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판매자 등록만 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 세계 소비자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셀러 등록만 하면 우리나라의 몇 배가 넘는 소비자를 클릭 몇 번으로 확보하는 셈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알리바바 이용자는 4억700만명, 아마존 1억9300만명, 이베이 1억6200만명으로 집계됐다. 알리바바 이용자는 우리나라 전 인구의 8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용자가 많다는 것은 제품이 노출되는 잠재 소비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현지에 굳이 오프라인 영업장을 운영하거나 판촉 활동을 벌이지 않아도 매일 수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 정부가 앞장서서 디지털 인프라 강화 및 인력 양성에 나서는 이유다.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디지털 무역 시대에 직면한 과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ICT 서비스 수출 세계 점유율은 0.5%로 OCED 회원국 가운데 25위로 집계됐다.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핀테크 등 서비스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쿠팡은 이용자를 750만명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요 플랫폼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규모다. 오픈마켓인 지마켓과 옥션은 이베이에 인수됐고, 나머지 플랫폼은 최근 해외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국내 셀러가 택할 수 있는 해외 시장 진출 수단이 사실상 해외 유명 플랫폼으로 한정됐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독자 플랫폼을 토대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로는 소비자 확보가 용이한 해외 유명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지만 장기로는 독점 지위에 있는 플랫폼이 판매 수수료율 등으로 국내 셀러를 쥐고 뒤흔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