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올해 가장 뜨거운 화두다. 융·복합 사고에 대한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지금 인간의 가장 큰 생존 능력 가운데 하나는 사물과 사물, 사고와 사고, 사물과 사고를 연계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다. 우리는 이러한 인지 능력을 바탕으로 이미 다양한 융합 사고를 시도해 왔다. 인간의 융합 사고 능력은 최근의 사회 현상과 변화에 맞물려 갑자기 필요해진 능력이 아니라 본능처럼 우리에게 이미 내재된 DNA인 것이다.
“30년 안에 기계가 인간 직업의 50%를 대체한다.” 모셰 바르디 미국 라이스대 컴퓨터과학부 교수의 진단은 먼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직업의 미래` 보고서에도 2020년까지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에 새로 창출되는 직업은 200만개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사라지는 일자리의 직업 분야 가운데 사무직과 제조업 일자리가 90%에 해당된다. 일자리가 준다는 것은 결국 삶의 질 저하로 연결된다. 즉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간의 진화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사이버 세계와 물리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서 지능형을 구축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상태에서 각각의 하드웨어(HW)는 스마트폰처럼 데이터를 축적해 이를 필요에 따라 해석해 가며 스스로 자동 갱신하게 된다. 이 같은 과정에서 제조업과 인간을 둘러싼 시스템 운용 방식은 큰 폭의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산업도 4차 산업혁명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3차 산업혁명 기반 위에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기술을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종연합의 지혜로 방향을 모색할 때다.
디스플레이는 영상 표시 기술의 발달로 브라운관에서 평판디스플레이로 진화하면서 부피를 혁신했다. 단순 평판디스플레이에 터치패널을 탑재하면서 사용자환경(UI) 혁신을 이끌며 지금의 스마트 기기를 탄생시켰다. 기술 고도화를 통한 초고화질 디스플레이의 구현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기술이 디스플레이에 집적되거나 내재된다면 더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AI나 스마트 팩토리로 잃게 될 노동 중심의 일자리를 기술 융·복합 등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로 채워 나간다면 인간의 삶은 더욱 가치와 만족도를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치열한 경쟁에 놓인 디스플레이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발 빠르게 대처한다면 앞으로도 디스플레이 강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다. 디스플레이는 인간이 가장 의존하는 감각인 시각을 자극하는 기기로,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인간이 창작 활동과 유희를 위해 가장 의존해야 할 지도 모르는 발명품이 될 수도 있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불어나는 정보의 표시와 그 분석을 위해 더 많은 디스플레이가 사용될 것이다.
위기의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은 기회일 수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노동 중심의 제조업에서 창의 활동 중심의 제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진화해 나가야 한다.
기술 진화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산업 생태계의 재편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강한 종(種)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종이 계속해서 진화하게 되는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박경진 한양대 ERICA 예술디자인대학원 미술치료학과 교수 pkj432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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