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없는 국가는 희망이 없습니다. 아무리 산업이 어렵고 중국 추격이 심해져도 디스플레이 산업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개발과 응용시장 발굴에 따라 한국 제조업과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이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거센 중국의 추격에도 흔들림 없이 OLED 기술 개발과 응용분야 발굴에 속도를 내고 부가가치를 더해야 세계 선두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OLED 시대 이후를 이끄는 `포스트 OLED` 기술 개발도 시작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13일 강원도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열린 `제11회 디스플레이 국가연구개발사업 총괄워크숍`에서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가야할 방향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소현철 신한투자증권 위원은 “소니와 파나소닉이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기존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전략을 바꾼 결과 다시 성장하고 있다”며 “세계 TV 시장은 줄었지만 LG전자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 사업이 성장해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처럼 차별화 전략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디스플레이에서 구현하는 영상과 실제 눈으로 보는 장면이 완벽히 동일한 수준이 될 정도로 OLED 기술 진화도 필요하다. 화질 개선과 롤러블·스트레처블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디자인 기술뿐만 아니라 OLED를 넘어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추혜용 삼성디스플레이 전무는 “중국 기업이 요구하는 OLED 패널 품질·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상당히 놀랐다”며 “이제 공급자 중심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한계가 있고 수요자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을 적기에 제공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고 말했다.
또 “차세대 OLED를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 왔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중 하나로 홀로그램 기술을 연구 중”이라며 “중국은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동등한 경쟁자인 만큼 중국보다 앞서려면 OLED 시대 이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상무는 “중국 제품과 동일한 제품은 원가구조상 이길 수 없어 차별화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금이라도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과 차별화 기술을 치열하게 확보하고 새로운 응용시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재료, 디바이스, 공정, 장비 등 전 분야에 걸쳐 관련 기업·대학·정부가 합심해 기술을 발전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극한 수준의 원가를 달성해야만 앞으로도 세계 디스플레이 1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용석 홍익대 교수는 “중국은 자체적으로 디스플레이 연구개발 인프라를 형성할 시간이 부족해 해외 연구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정책을 시행 중”이라며 OLED 프린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연간 1000억원씩 5년간 투입하는 오픈 테크 플랫폼 기업 `JUHUA` 사례를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과거 한국 과학기술을 2000년대에 선진 7개국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한 `G7 프로젝트`처럼 플렉시블 OLED 분야에서 정부와 기업이 함께 주도하는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이 필요하다”며 “핵심 재료·공정·분석장비 생태계가 한국을 중심으로 확고히 형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평창=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