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크라우드 펀딩 6개월 첫 단추 잘 뀄지만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끌어 모아 아이디어와 기획력을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된 지 6개월째다. 크라우드 펀딩 제도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온라인 소액투자중개업자 제도가 신설되면서 올해 초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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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도입된지 6개월을 맞았다. 지난 1월 20일 크라우드펀딩 인프라 오픈 기념식이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왼쪽 첫번째),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 두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은행 문턱은 높기만 하고 벤처캐피털조차 1년 미만의 벤처에 투자하는 비율이 2012년 11.3%에 그칠 만큼 사업 시작 시점에서 자금 애로를 겪는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곳곳에서 환영을 받았다. 6개월을 맞은 상황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제도 6개월 성과는

외형으로는 지난 6개월 동안의 크라우드 펀딩 성과가 나쁘진 않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제도 시행 후 투자를 진행한 사례가 97건이며, 이 가운데 55건이 주식 발행에 성공했다. 56.7%에 이르는 성공률이다.

전체 모집금액 152억원 가운데 발행 금액은 81억원을 기록했다. 발행 성공률은 53.2%다.

개별 중개업체별 성과도 눈에 띈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올라온 농업벤처 팜잇이 7억원에 이르는 투자액을 성사, 역대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 영화 `사냥`이 3억원, 소형 풍력발전기를 이용한 가로등 개발 업체 미래테크(2억5000만원) 등이 와디즈에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오픈트레이드에서도 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폼 온오프믹스가 7억원 발행을 성사시켰다. 전자결제대행사업자 와이즈케어도 5억원 투자 유치를 일궈 냈다. IBK투자증권이 운영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는 친환경 손소독제를 만드는 바이털오투가 2억원 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다만 최근 펀딩 성사율과 모집기업 수는 초기만큼 성과가 높지 않다. 발행기업 수와 발행성공률이 지속해서 낮아졌다. 크라우드 펀딩 투자금을 모으는 모집 건수는 지난 3월 20건에서 4월 26건으로 높아졌다. 그러다가 5월 15건, 6월 13건으로 낮아졌다. 발행기업 수도 3월 10개, 4월 16개, 5월 9개, 6월 7개로 떨어졌다.

펀딩성공률은 3월 61.5%를 정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4월 16개 기업이 26건 펀딩에 나서 50억원을 모집하면서도 32억원을 발행해 펀딩 성공률이 61.5%에 이른 것과 비교하면 7%포인트 이상의 격차가 난다.

이달 들어 모집 건수와 발행금액이 늘었지만 이 역시 한 중개 업체가 플랫폼과 투자기업 홍보에 적극 나서면서 기업과 발행금액이 몰린 영향이 컸다. 더욱이 지난 4월 이후 증권사까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사업자로 등록하면서 플랫폼이 12개 사업자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기업당 펀딩 금액과 건수는 매우 낮아진 것이다.

◇대중화 위한 제도 개선 시급

이처럼 크라우드 펀딩 성공률이 낮아지고 모집 건수도 줄어든 것은 제도 초기에 비해 관심이 떨어지고, 초기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의 투자 한도가 바닥에 닿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올해 들어 정부 고위 관계자와 금융업계 임원을 중심으로 릴레이로 크라우드 펀드 투자에 동참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제도 정착에 적극 힘썼다. 일반 개인투자자도 3월과 4월 2개월 동안 1169명이 투자에 동참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5월 94명, 6월 269명으로 참여율이 낮아졌다. 그나마 이달 들어 805명이 투자하면서 개인투자 참여가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투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얼리어답터 성격이 짙다”면서 “제도에 관심을 두고 있는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투자 한계에 다다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확산을 위해선 제도를 대중에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크라우드 펀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결국 성공은 시장이 판단할 몫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첫손으로 꼽는 요소가 제도 개선이다. 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업체 대표는 “온라인 소액 투자중개사업자제도를 시행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이 제도화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낮은 개인 투자의 한도, 발행에 소요되는 긴 일정, 불확실한 회수 시장은 제도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이든 전문가 투자집단이든 투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을 갖춰야 시장에 제도가 뿌리내린다는 얘기다. 아직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춘 기업에 투자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정작 투자해서 회수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하는데 이 조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유망 스타트업과 벤처가 많지만 이들을 제대로 알릴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다른 업체 대표는 “신생 스타트업은 크라우드 펀드 플랫폼을 통해 회사를 적극 알려야 하지만 기술 차별화 포인트를 잘 알리지 못했다가 기술 유출에 휘말리거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제대로 증권 발행을 꺼리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성장기업부(판교)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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