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의원 발의 법안 두 건 가운데 한 건이 경제 관련 법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모두 작심이나 한 듯 `경제`를 키워드로 20대 국회 초반 정체성·주도권 강화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입법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여야 행보도 확연히 달라졌다. 경제 살리기를 주장하면서도 여는 경제활성화, 야는 경제민주화에 각각 초점을 맞췄다. 내년이면 대선 정국에 접어드는 만큼 여야 간의 이 같은 평행선 경제 입법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본지가 20대 국회가 개원한 5월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의원 발의법안 683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경제 관련 법안은 316건(46.2%)으로 집계됐다. 지난 19대 국회가 개원 한 달 동안 370여건이 발의된 것과 비교하면 20대 국회는 일단 겉만 볼 때 `경제와 민생, 일하는 국회`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경제활성화 법안은 주로 새누리당 의원 주도로 발의됐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가 19대 국회 때 제출된 묵은 과제들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파견근로자법 등이 대표 법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새로운 경제활성화 방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인다.
야 3당 의원은 당 대표를 비롯해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까지 나서서 경제민주화 입법에 올인하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기업 총수 견제 기능 강화, 소액주주의 경영 감시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더민주 의원 107명, 국민의당 의원 10명, 정의당 의원 2명, 새누리당 의원 1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야당 대표 경제민주화 법안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기업에 대한 계열분리 명령권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기업 임직원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로 묶는 `최고임금법 제정안`,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위한 `대중소기업상생협력 촉진 법률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이는 규제 법안과도 연계되면서 여야 간 대치 형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원 초반에는 규제 완화 법안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규제 강화 법안이 줄지어 발의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론 1호 법안으로 규제프리존특별법, 규제개혁특별법 등을 발의할 정도로 규제 완화를 20대 국회 중점 과제로 삼으며 규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도 강석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반면에 야당 의원은 규제 강화 법안을 쏟아내면서 논쟁이 일고 있다. 우원식 더민주 의원이 발의한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이 대표 사례다. 이는 중소상인이 자체로 골목상권의 사업 분야를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 업종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하는 등 대기업 진출을 억제하는 내용이다. 재계에서는 이미 실패한 법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20대 국회 의원발의 법안 가운데 규제 신설·강화 내용을 담은 법안(6월 27일 기준)이 72개, 규제조항 수는 137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생 관련 규제 법안이 대부분이지만 기업 경영자에게 부담을 주는 법안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의)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과거 폐기된 것을 재탕하는 등 건수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이라며 “특히 경제 관련 법안은 앞으로 여야 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우려돼 더욱 신중한 입법 활동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