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피텍이 일본 기업이 사실상 독점해온 디스플레이 화질 검사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1000칸델라 이상 패널에 사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초고화질(UHD)·HDR(하이다이내믹레인지) 등 고화질 패널 수요가 늘면서 밝기 1000칸델라(cd) 이상 패널용 화질 검사장비 수요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패널과 TV 세트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1000칸델라 이상 패널에 사용할 수 있는 화질 검사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50인치 이상 대형 TV 수요가 커졌고 대형 TV 대부분이 4K급 UHD 화질이나 HDR 기술을 적용한 고해상도 제품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일본이 장악한 디스플레이 화질 검사용 휘도계 시장에도 변화 조짐이 일었다. 1000칸델라 급에 대응할 수 있는 휘도계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국내 기업 에스피텍이 개발한 고감도 휘도계가 현재 유일하게 1000칸델라 이상 패널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화질 검사에 사용하는 휘도계는 전통적으로 일본 기업이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국내 패널 양산라인의 약 80% 이상에서 일본산 휘도계를 사용한다.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최근 새롭게 투자가 일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라인에도 일본산 제품을 우선 채택하고 있다. 대당 가격이 1000만원대며 계측기 등과 결합해 구성하면 수억원대에 달한다.
에스피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산 기술로 패널 검사·측정기를 개발했다. 이후 꾸준히 기술 수준을 높여 1000니트 이상 패널에 대응할 수 있는 고감도 휘도계를 출시했다. 9만9000칸델라까지 측정한다. LG전자,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감마보정용 장비, 플리커 측정용 장비 등을 양산 공급하며 조금씩 국산 장비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에스피텍은 고감도 휘도계를 한국, 중국 등 국내외 기업에 연구개발 용도로 다수 납품해 실제 생산라인에 적용 가능한지 여부를 검증받고 있다. 기존 외산 장비보다 부피가 작아 생산라인 공간 절약 효과가 있고 0점 조정을 따로 하지 않아도 돼 사용이 편리하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무엇보다 1000칸델라 이상 패널에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강점이다.
박용진 에스피텍 대표는 “경쟁사 기술은 빛의 양에 따라 정해진 길에 맞게끔 빛을 보내는 구조여서 빛의 양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계측이 안 된다”며 “에스피텍은 일정 공간에 일정 시간동안 빛이 들어오는 양을 계산하는 방식이어서 양사 기술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에스피텍은 올해가 국산 휘도계 기술 확산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OLED와 LCD 설비 투자가 활발하고 고해상도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박용진 에스피텍 대표는 “30년 이상 생산라인에서 사용한 외산 기술 대신 후발주자인 국산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겠지만 성능 면에서 국산 기술 강점이 더 크다고 자부한다”며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각 기업이 필요한 기능에 맞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현장 상황에 긴밀히 대응하는 전략으로 점유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