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와 미세먼지 문제로 경유차 인기에 제동이 걸리면서 자동차 업계는 또 다른 근심에 빠졌다. 올해부터 시행된 온실가스 규제 때문이다. 친환경자동차 확산이 더딘 상태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유차 라인업을 늘려야 하지만 경유차 인기가 떨어지다보니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는 온실가스 규제 첫 해부터 목표량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저공해차량 집중 프로모션 등 다양한 방법을 구상 중이다.
정부는 2014년 고시를 개정하고 2020년 온실가스 규제 기준을 이산화탄소 배출량 승용 평균 97g/㎞, 소형승합/화물 166g/㎞, 연비는 승용 24.3㎞/ℓ, 소형승합/화물 15.6㎞/ℓ로 설정했다.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면서 평균 승용 이산화탄소 배출량 127g/㎞, 화물 180g/㎞을 맞춰야 한다. 또 판매된 차량 10%가 2020년 기준에 충족하면 된다. 지난해 판매된 차량 평균 배출량 데이터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140g/㎞ 정도로 추산한다. 당장 올해 13g/㎞을 줄여야 하지만 쉽지 않다.
디젤게이트 등으로 경유차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고공행진을 하던 경유차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경유차는 산화질소 배출량은 휘발유 차량보다 많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다. 같은 모델 기준으로 보통 20~30% 차이가 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월등히 적은 경유차 판매가 줄어들면 오히려 올해부터 충족해야 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늘어날 판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경유차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수입차는 지난달 경유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9% 줄었다. 상반기 판매량을 비교해도 경유차는 7.7%가 줄었다. 경유차 비중도 68.4%에서 64.8%로 3.6포인트 감소했다. 국산차는 판매량 자체는 늘었으나 비중은 줄었다. 지난 1~5월 기준 지난해 37만9082대에서 올해 39만6652대로 늘고, 비중은 51.4%에서 50.5%로 0.9포인트 하락했다.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친환경차 판매량이 늘어나긴 했으나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미미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1월부터 5월까지 국산차 친환경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1만2986대에서 올해 1만9844대로 52.8%가 늘었다. 같은 기간 국산차 전체 판매량은 지난해 60만1846대에서 올해 65만5875대로 9.1% 증가했다. 친환경차는 3%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경유차 비중이 더 높은 수입차는 당장은 이산화탄소배출량 규제에서 유리한 편이지만, 경유차 판매량이 줄고 있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유차가 없고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토요타가 이 대란을 피해있는 정도다. 시작단계에 불과한 첫 해부터 온실가스 규제를 준수하는 길이 막막해진 셈이다.
다행히 3년 동안 차입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해가 갈수록 규제량은 늘어나기 때문에 1년 넘기면 그 부담은 배로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지만, 업계는 규제 개선 건의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 시행 첫 해인데다 평균 배출량을 짐작만 할 뿐 정확한 데이터를 뽑기도 힘들다.
배출량 윤곽이 그려지는 연말께에는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방향을 잡기 힘든 처지다. 친환경차는 모델이 많지도 않은데다 경유차 프로모션도 부담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해 친환경차뿐 아니라 경유차를 추가 투입하는 것으로 미래 로드맵을 짰는데, 경유차를 줄여야 할 상황이 됐으니 막막할 노릇”이라며 “친환경차 모델을 적극적으로 내놓는다고 해도 여러 조건 때문에 판매량이 획기적으로 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 2020년 온실가스 규제 기준>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