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통합망 `버젓이 전봇대 위에` 보안 문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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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A부대로 들어가는 광케이블 구간. 국방부는 광케이블을 100% 땅 속에 묻는 것을 요구했다.

육·해·공군 사령부를 연결하는 유선 지휘통신망(국방 광대역 통합망)이 땅 위로 노출, 논란을 빚고 있다. 군 작전 특성상 광케이블을 땅속에 묻는 `지중화` 작업이 선행돼야 하지만 일부 구간의 전봇대에 걸려 유실 우려가 제기됐다. 망을 임대해 주는 통신사업자는 100% 지중화로 사업을 제안, 기술 평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

최근 국방부는 `국방 광대역 통합망 주·보조노드 회선 임차 사업`을 KT와 계약했다. 사업은 군 사령부와 군단급 부대를 연결하는 지휘 통신망이다. 작전 통제와 군 인트라넷을 위해 기존의 통신사업자 망을 빌리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700억원이다.

국방부는 제안요청서에 군 작전 특수성을 고려, 광케이블을 이원화하고 지중화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100% 지중화 시 기술 평가 점수 6점을 받게 된다.

박준홍 국방부 정보화기획관실 정보통신기반체계 담당관은 “사업을 수주한 KT는 광케이블을 모두 땅속에 묻었다(100% 지중화)고 명시해 만점(6점)을 받았다”면서 “통신망이 들어가는 각 부대에서 지중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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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A부대 33.4km 구간 중 지상으로 올라온 광케이블 구간. 내린천 인근 지역에 300m 부분 전봇대 위로 광케이블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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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A부대 33.4km 구간 중 지상으로 올라온 광케이블 구간. 내린천 인근 지역에 300m 부분 전봇대 위로 광케이블이 설치됐다. 터널 구간 일부를 우회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구간에서 땅속에 묻힌 광케이블을 끌어올려 전봇대에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KT는 강원도 인제에서 A부대에 들어가는 광케이블 33.4㎞ 구간 가운데 일부는 지상으로 노출시켰다. 강원도 인제군 내린천 구간 터널을 우회하기 위한 조치다.

KT 홍천지점 관계자는 “2014년 12월 터널 공사 때 지상으로 돌아가는 공사를 했다”고 말했다. 제안서 접수·평가가 진행된 2월에 이미 지중화가 안된 구간이 존재했다는 의미다. 전봇대가 경사진 산비탈에 위치해 폭우나 산사태로 인한 유실 가능성도 있었다.

국방부는 제안서에 허위 사실이 발각되면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담당관은 “제안 회사를 믿고 계약한 만큼 사실이 아닌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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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B부대-신갈 광케이블 구간 중 B부대 인근 지역에 광케이블이 전봇대 위로 연결됐다. 부대 앞 50m 부분부터 땅속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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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갈-B부대-용인 구간 지상으로 노출된 광케이블

업계에 따르면 KT와 경쟁한 SK텔레콤은 총점 0.195점 차이로 사업 평가에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광케이블 지중화 등급에 따른 점수 차이는 0.3점이다. 국방부 검수 결과가 주목되는 배경이다.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국방부 측에 국방 광대역 통합망 임차 사업을 둘러싼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종걸 의원실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군 장성 출신이 KT 제안서에 노출되거나 통신 장비가 제안 내용과 다른 문제 등이 나타났다”면서 “의혹이 해소되기 전까지 신규 임차료 지급을 중단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T는 “(검수가 시작되는)12일까지 모든 구간의 광케이블 지중화 작업을 완료할 것”이라면서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방 광대역 통합망 광케이블 지중화 수준에 따른 기술 평가 점수

국방통합망 `버젓이 전봇대 위에` 보안 문제 우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