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장병으로 구성된 국방부 소속 군인들이 창업대회에 도전한다. 이들은 군 생활을 하면서도 휴가와 여가시간을 활용해 사업 아이템을 마련, 구체화했다. 국방부가 전군에서 창업팀을 모집, 선발해 범부처 창업대회에 출전시키면서다. 국방부가 창업대회를 열고 창업팀을 선발한 것은 처음이다.
교육부, 중소기업청,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가 참여하는 창업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2016`에 현역 군인 10개팀이 참가한다. 전군에서 지원한 805개팀 가운데 선발했다. 이 중 강원도 춘천에서 국방부 소속 본선 진출팀 중 3팀을 만났다.
이들은 창업을 위해 개인시간 대부분을 투자했다. 넉넉하지 않은 군인 월급에서도 짬을 내 시제품 제작비를 충당했다.
병사 4명(김은동 상병, 안동선 상병, 조성준 상병, 김동우 상병)으로 구성된 `포스타`팀은 아이디어 상품인 개량형 커피스틱을 개발했다. 커피믹스에 종이스푼을 함께 밀봉해 위생적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제품이다. 팀장인 조성준 상병은 “사무실에서 믹스 커피를 마실 때 스푼 없이 포장지로 커피를 젓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제품 개발을 위해 팀원들과 수차례 설계를 수정하고 샘플을 만드느라 코피를 쏟기도 했다”고 말했다. 팀원이 수작업으로 커피믹스를 뜯고 종이스푼을 넣은 뒤 실링기를 이용해 뜯어진 포장을 봉합했다. 조 상병은 “뜯고 붙이는 시제품만 수백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정성에 소속 부대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회를 준비하며 이들은 부대에서 특별휴가를 받아 전국 커피 용기 공장을 탐방하고 업계 관계자를 만나며 조언을 구했다.
올 3월 임관한 육군 소위 4명(황석민 소위, 이재영 소위, 이담우 소위, 임대경 소위)으로 구성된 `통하라`팀은 수화 제스처 인식 디바이스를 내놓았다. 디바이스가 근육 움직임을 인식해 수화를 해석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텍스트, 음성으로 내보내 의사소통하는 제품이다.
팀원 모두 이공계 전공자다. 팀장인 황 소위는 “육군정보통신학교에서 모이면 하는 얘기가 이공계 이야기였다”며 “전공을 살린 디바이스 개발에 뜻이 맞아 출전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황 소위와 이담우 소위는 각자 대학에서 수화 인식기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이재영 소위는 “청각장애가 있는 형이 있어 청각장애인이 사회에서 간단한 소통조차 불가능한 현실을 절감했다”며 “이런 사람들을 돕고자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군인 창업에 일선 부대 분위기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불소 대신 과일 성분으로 친환경 치약을 개발한 절절포(절대 절대 포기하지마라)팀 서지원 육군 중위는 “사단장님이 팀 이름을 직접 짓고 팀명이 적힌 손수건과 머플러를 선물할 정도로 부대에서 관심이 높다”며 “대회 직전 특별휴가 4박5일을 받아 꼼꼼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군 창업이 시작인 만큼 신중한 입장이다. 오형섭 국방부 정보화정책과 중령은 “국방의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창업 프로그램으로 병영생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장병에게 미래를 설계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며 “국군 장병이 군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밝혔다.
`도전! K-스타트업 2016`은 8월까지 진행된다. 예선 격인 2016국방스타트업챌린지는 5년 내 제대 예정인 군 장병을 대상으로 열렸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