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문래동의 소공인 협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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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인들이 뭉쳤다. 더 많은 고기를 잡기 위해 선단을 스스로 구성했다.

얼마 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들렀다가 소공인 `동아리`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흔히 말하는 친목 개념과는 성격이 달랐다. 기계금속가공업 소공인과 문래동에 정착한 예술인 협업체다. 여기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소속 연구원이 기술 멘토로 참여했다. 소공인들 자율로 조직된 일종의 협동조합이다.

지난해 ATM(Art Technology in Mullae)을 필두로 올해는 창조융합3.0, 문래동스타라는 동아리가 추가 결성됐다.

창조융합3.0는 설계분석, 문래동스타는 로봇공학을 각각 전문 분야로 내걸었다. ATM은 교육용 장난감 `잉크젯 팽이`를 협업으로 개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주문받고 해당 부품을 생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자체 제품을 개발, 시장에 내놓는 새로운 도전이다.

그들이 쌓은 기술 수준은 도전에 충분하다. 오랜 세월 현장에서 체득한 `내공`이 만만치 않다. 금속가공 분야에서 모두 산전수전을 겪었다. 몸이 기억하는 기술이다. 전문성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기술만으로는 안 된다. 이런 한계를 스스로 깨우쳐서 각계 전문가의 힘을 모아 기존 틀을 깨려는 시도가 바로 협의체다.

이종 산업 사이에 융합·협업을 말하는 `콜라보레이션`은 분야를 막론하고 이미 대중화됐다. 이런 면에서 소공인 협업체 구성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정착되고 있어 다행이다.

소공인은 협업체를 통해 자신이 쌓은 특화기술을 다른 업체와 상호 보완하고, 생산 능력을 제고한다.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도 공동 대처가 가능하다. 예술인 감성으로 제품에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을 입혀 부가가치를 높인다. 협업은 판로 개척, 대규모 주문 소화, 아이디어 상품 개발 등 소공인에게 다소 취약한 부분을 채운다.

문래동은 현재 동아리 시스템이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이다. 문래동 협업 모델이 장기 차원에서 성공한다면 성동구 성수동, 종로구 창신동 등 지역별 특화 단지에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소공인 사회에 좋은 소식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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