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얼굴 스캔만 해도 누구인지 안다...얼굴 인식의 진화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 국가안보국은 누명 쓴 주인공 윌 스미스를 쫓는다. 도처에 깔린 폐쇄회로(CC)TV나 인공위성을 이용, 포위망을 좁혀 온다. 촬영한 영상에서 윌 스미스의 얼굴과 동일한 인물을 인공지능(AI)이 찾아내는 것이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지나가는 사람을 스캔, 성별과 나이를 파악한 후 적합한 광고를 보여 주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얼굴 인식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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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상상이지만 이미 우리 일상이 됐다. 얼굴 인식을 응용한 것에 불과하다.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이 자동으로 표정을 인식해 사진을 찍고, 얼굴로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는 것 모두 얼굴 인식 기술이다. 얼굴 인식은 잃거나 복제 우려가 없어서 홍채, 지문 등 다른 생체 인식과 함께 새로운 인증 서비스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식 장비와 직접 접촉하지 않아서 위생 및 편리성이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얼굴 인식은 두 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영상이나 이미지에서 얼굴을 찾는 추출 과정과 누구 얼굴인지 감별하는 인식 과정이다.

얼굴 영역 추출은 얼굴 인식에서 필수다. 얼굴과 배경을 구분하기 위해 밝기, 움직임, 색상, 눈 위치 추정 등 정보를 이용한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에서 피사체의 얼굴에 사각형 모양의 영역이 생기면서 초점을 자동으로 맞춰 주는 기능은 이를 이용한 것이다. 단순히 얼굴을 구분하는 것으로 신원까지 판별하지는 못한다.

인식한 얼굴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성분 분석법(PCA)을 주로 쓴다. 미세한 오차는 버리고 큰 특징만 잡아 다른 데이터와 비교한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조명이나 표정 변화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결국 인식률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얼굴 인식은 다른 생체 인식에 비해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게 장점이다.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출입 관리, 비밀번호 대체 등 보안 인증은 물론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마켓앤드마켓 자료를 보면 2013~2018년 얼굴 인식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27.7%로 전체 생체 인식 시장 성장률 22.9%보다 높다. PR웹이 발표한 같은 기간의 지역별 얼굴 인식 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남미 지역에서는 45.7%에 이른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도 2018년 얼굴 인식이 1900억원으로 생체 인식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3년 560억원에서 5년 만에 네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AI 기반으로 얼굴 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얼굴 인식률이 100%에 근접했다. 구글 `페이스넷(Face Net)`은 99.96%, 페이스북 `딥페이스(DeepFace)`는 97.25%에 이른다.

구글은 페이스넷을 이용한 데이터 테스트에서 얼굴 인식 에러율을 30%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유튜브 동영상 얼굴 데이터베이스(DB)를 사용한 얼굴인식률도 95%를 넘겼다. 페이스넷은 2억6000만명의 사진 데이터로 인식 기능 향상 훈련을 받았다. 이때 인식률은 86% 이상이었다.

구글 얼굴 인식 기능은 포토가 대표한다. 검색만으로 동일한 인물이 들어간 사진을 찾아 주고 자동으로 분류한다.

구글은 결제에도 얼굴 인식 기술을 적용했다. 높은 인식률에서 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서비스 이름은 `핸즈 프리`다. 안드로이드 페이와 다른 별도의 결제 방식을 채택했다.

핸즈 프리는 블루투스를 이용, 매장 내 사용자를 인식한다. 계산대 앞에 서면 자동으로 얼굴을 촬영, 기존의 구글에 등록된 사진과 비교한다. 일치하면 결제가 즉각 이뤄진다. 비콘(Beacon)과 얼굴 인식을 접목한 형태다.

보안 문제도 해결했다. 결제가 완료되면 사용자에게 메시지로 알려준다. 비정상의 결제 요청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얼굴 인식 방식이어서 사용자의 신용카드 번호와 같은 개인 정보는 유출되지 않는다고 구글 측은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딥페이스라는 얼굴 인식 기술을 보유했다. 딥페이스를 사용, 회원 계정의 사진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사용자를 선택하기 위한 자동 태깅도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이를 동영상에도 적용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군지 파악해서 태그할 수 있다. 실시간 스트리밍 동영상을 포함한 동영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한 포석이다.

딥페이스에 사용된 기술은 이스라엘 페이스닷컴이 개발했으며, 2013년 페이스북에 인수됐다.

애플은 가을에 공개할 새로운 iOS에 사진 속 얼굴을 인식하는 서비스를 추가한다고 최근 밝혔다. 경쟁자들과 달리 개인정보 보호에 방점을 둔 새로운 시스템이다.

애플은 사용자 기기 내부에서 AI 시스템을 작동하기 때문에 개인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알리바바도 얼굴 인식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상거래 사이트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해 독일 하노버 콩그레스센트룸에서 열린 `세빗(CeBIT) 2015` 개막식에 기조 연설자로 나와 얼굴 인식을 이용한 결제 기술을 직접 시연했다.

〃마 회장은 당시 하노버 산업박람회 기념우표를 20유로에 구매, 이를 현장에 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전달했다.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로 사전 등록한 사용자 얼굴을 인식, 입력해 둔 결제 수단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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