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맞은 코스닥시장]아픈 만큼 성숙한 시장…미래 혁신형 기업 터전으로 키운다

코스닥 시장이 1일로 문을 연지 20년 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지수가 1000포인트(P)를 상회하며 호황기를 누린 코스닥은 이후 정보기술(IT) 버블이 발생하고 일부 경영진의 비위 행위가 이어지면서 기나긴 침체기를 거치는 등 20년이란 시간 동안 다사다난한 날을 보냈다.

Photo Image
1991년 10월 22일 주식장외거래중개실 개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일부 기업이 시장 전체를 어지럽히는 행동이 아직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시장 참가자 모두가 소명 의식을 지녀야 시장 발전도 따라온다”고 말했다.

스무 살 성년을 맞은 코스닥은 6월 17일 기준 시가총액이 206조9000억원, 상장기업 수 1164개에 이를 정도로 나이만큼 외형도 커졌다.

◇일평균 거래 대금 1697배…시가총액 27배 늘어나

시장 규모 확대, 신규 상장 증가 등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기업 실적 개선, 건전성 향상 등 내실 성장도 동시에 이뤄냈다.

Photo Image
1996년 5월 17일 코스닥주식회사 설립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3조3940억원으로, 개장 첫해인 1996년 20억원의 1697배에 이른다.

시가총액은 신규 상장 종목 확대 등으로 꾸준히 증가, 2015년 200조원을 돌파했다. 17일 기준 시가총액은 206조9000억원으로, 코스닥 개장 첫해 말 7조6000억원과 비교해 27.2배 늘어났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1238조3000억원)은 같은 기간 9.6배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코스닥지수 누적수익률은 44.5%로, 마이너스인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높다. 특히 IT, 바이오기술(BT), 문화기술(CT) 업종은 107.4%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Photo Image
1996년 5월 17일 코스닥증권주식회사 창립총회

내실 변화도 이뤄졌다. 성장성 있는 기업의 신규 상장과 수익성 제고 노력 등으로 시장 전반의 영업 실적과 재무 건전성이 개선됐다. 2015년 기준 상장 법인의 평균 매출액, 당기순이익, 자기자본 규모는 2005년 대비 각각 54%, 428%, 116% 증가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은 과거 대기업이나 통신주에서 바이오, 문화콘텐츠 등 신성장 기업으로 변모했다. 1999년 코스닥시장 시총 상위 5위권에 한통프리텔, 한솔피씨에스, 하나로통신이 포진했다면 현재 코스닥시장 상위권에는 셀트리온, 카카오, CJ E&M 등이 위치해 있다.

Photo Image
2001년 12월 12일 코스닥 700사 돌파 기념식

◇나스닥 벤치마킹…IT 버블로 시장 신뢰 잃어

코스닥시장은 옛 증권업협회가 운영하던 주식 장외시장에 경쟁 매매 방식을 도입하면서 1996년 7월 1일 문을 열었다. 미국에서 1971년 개장된 나스닥(NASDAQ)을 벤치마킹해 `한국판 나스닥`이라 불렸다. 개설 당시 상장 기업은 343개였다.

Photo Image
2005년 1월 27일 증권선물거래소 창립

개설 초기 IT 벤처 붐을 타고 급성장세를 타기 시작, 2000년 전후로 활황 장세를 구가했다. 2000년 3월 10일 코스닥지수가 2834.4P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1999년 4월에서 2000년 9월까지 1년 넘게 지수 1000P를 상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IT 거품이 꺼지면서 불황이 닥치고, 연이어 터진 경영진의 비위 행위로 시장은 폭락장으로 바뀌었다. 2008년 10월 27일에는 사상 최저치인 261.2P까지 밀렸다.

문제는 시장 폭락이 아니라 투자자의 불신이었다. 지금도 투자자들은 코스닥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작은 악재 하나에도 시장을 싸잡아 매도하는 상황이다.

Photo Image
2007년 10월 1일 코스닥 상장사 1000사 돌파 기념식

이후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시장 체질 개선과 상장사 옥석 가리기라는 긴 터널을 지난 후 2014년부터 재도약하기 시작했다.

Photo Image
2015년 12월 21일 창업지원센터 개소식

2014년 이후 코스닥지수가 상승세에 진입했으며, 2015년 4월 7년 만에 700P 박스권을 돌파했다. 지수 상승과 함께 거래 대금 7조4000억원(2015년 4월 22일), 시가총액 214조8000억원(2016년 6월 7일) 등 사상 최대 기록을 잇달아 경신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은 지난 20년간 호황→침체→극복의 희로애락 시기를 경험하면서 한 단계 성숙된 시장으로 발돋움했다”고 회고했다.

◇미래 20년 성장·기술형 기업의 메인보드로 육성

지난 20년이 성장과 오욕이 뒤섞인 다사다난한 역사였다면 앞으로 20년은 키우고 나눠서 신뢰를 끌어내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을 창조경제를 주도하는 견인차로 만들기 위해 `3대 미래비전`을 설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우선 중소·벤처기업을 포함한 모든 성장·기술형 기업을 위한 또 하나의 메인보드로 코스닥시장을 육성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라 코스닥시장이 미래 성장 산업의 젖줄이 될 수 있도록 변화를 선도한다.

기술 특례 상장 확대 등 미래 주도형 혁신 기업과 업종별 선도 기업 상장을 촉진하고, 안정된 수요 기반 확충을 위해 기관·외국인 참여를 확대한다.

두 번째로 벤처·모험자본시장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한다.

코넥스시장 및 창업지원센터의 안정 성장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미래 혁신형 산업을 위한 자본 공급 인프라로서 창업 초기 투자부터 자금 회수까지의 종합 생태계를 만든다. 창업지원센터에서는 스타트업기업의 창업부터 코스닥 상장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원스톱 성장사다리 체계`를 구축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로부터 신뢰받는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활동도 이어간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