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총력 대응]삼성·LG·현대차,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중장기 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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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대기업들은 브렉시트가 몰고 올 충격에 대비,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 뒤를 이어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부가 추가 탈퇴를 검토하면서 경제와 금융 시장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EU 탈퇴까지 2년 유예기간이 있어 단기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중장기 관점에서 시장 상황을 살펴보며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금융시장 불안과 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이 감소할 것을 우려한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각 기업이 이미 브렉시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업 계획을 구상한 데다 실제 탈퇴까지 유예기간이 2년 남아 있어 단기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금융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이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각 기업도 단기 대응보다는 환율과 시장 변화 등을 지켜보면서 중장기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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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시장 변화를 주시하며 법인 이동 등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 유럽지역 총괄 법인인 구주총괄은 영국 첼시에 있다. 구주총괄은 EU를 탈퇴하는 영국보다 EU 회원국에 있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으로 옮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브렉시트에 대응해 특별한 대책을 시행하기보다는 전반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구주총괄 이동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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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이미 지난해 말 영국법인에 있던 유럽지역 대표를 독일 뒤셀도르프로 옮겼다. 영국법인장 자리도 부사장급에서 상무급으로 변경했다.

브렉시트와 관련해서는 글로벌 경제 변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유럽 지역 본부를 독일로 옮긴 것은 자동차부품 사업 강화에 독일이 더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율 영향과 급격한 경기 변동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판매가 감소될 우려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유럽 시장 비중이 글로벌 매출 가운데 10% 수준에 그치고, 영국만 놓고 보면 비중이 더욱 낮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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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로고

브렉시트는 자동차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관세·환율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변수가 많은 만큼 섣불리 대책을 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영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회사는 현대·기아차와 쌍용차다. 이들은 글로벌 상황실을 최대한 가동, 변화 상황을 지켜본 후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경쟁 상황이다. 우선 영국에 생산시설이 없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영국 내 판매량에 대해 관세로 인한 불이익을 고민해야 할 처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돼 영국으로 수출된 자동차는 10만5470대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 유럽 생산분에 대한 관세도 고민해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5년 기준 EU에서 84만4000대를 판매했다. 그 가운데 19.8%인 16만7000대는 영국에서 판매됐다. 상당수는 체코(현대)와 슬로바키아(기아) 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이다. 일부는 국내에서 생산된 물량이다. 쌍용차는 국내 생산된 자동차 6000여대를 영국에 판매했다. 관세로 인해 영국 내 생산시설이 있는 업체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 생산시설이 있는 자동차 업체들도 고민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부품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파운드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가 부담이 높아진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이에 대해 차분히 조사하고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영국이 EU를 탈퇴하기까지는 2년 정도의 시간이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와 국제금융 시장의 추이를 지켜본 후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영국의 EU 탈퇴 시 영국이 차지하는 규모나 역내 관세 혜택 등을 고려할 때 (국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