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처리기간 내 인허가 여부를 민원인에게 통보하지 않으면, 일정 기간 경과 후 그냥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인허가 간주제`가 확대된다. 의료기기 제조업 허가, 특허법인 설립 인가, 옥외 광고물 허가 등 62개 인허가 업무에 적용된다. 또 다른 기관과 협의가 필요한 인허가도 기간 내에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 협의가 된 것으로 보는 `협의 간주제`가 28개 복합민원에 도입된다.
소위 공무원 `갑질`로 불리는 지연 행정과 소극적인 민원 처리를 뿌리 뽑아 기업과 민간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22일 원주 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6차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를 열고 인허가 및 신고제 합리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는 국민 생활, 기업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허가와 신고제를 국민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한 것이다. 각종 인허가와 신고 제도는 전체 민원 사무 40%를 차지하지만 처리 지연 등 부당한 관행으로 행정 예측성과 신뢰도 추락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101개 인허가에 간주제를 확대 도입하고, 처리 기한을 설정하는 등 인허가 업무를 투명화하고 절차도 명확히 했다.
현재 일부 법령에 부분 도입된 인허가 간주제는 62개 인허가에 확대 도입하고, 처리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던 11개 인허가는 기한을 설정했다. 또 다른 기관과 협의가 필요할 경우, 기간 내에 협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면 협의가 된 것으로 보는 협의 간주제를 건축 허가 등 28개 복합 민원에 추가 도입한다. 건축 허가와 같이 여러 인허가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협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민원 처리 기간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집행과정에서 자의적으로 해석되거나 편법 운영되는 신고제도 합리적으로 개편한다. 정부는 영업·사업 신고와 같이 경제 활동과 관련된 신고 규정 100건을 우선 정비하기로 했다. 의약외품 제조업 신고, 건축신고와 같이 수리를 요하는 신고(85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는 수리 간주제를 도입한다. 또 수리가 필요 없는 15개 신고는 즉시 접수하도록 의무화했다. 정부는 나머지 1200여건에 이르는 신고제도 하반기에 전수조사를 통해 지속 개선할 방침이다.
불합리한 기술 규제 개선 방안도 확정됐다. 정부는 중복 인증·신고 과제 2개, 신기술 출시 지원 과제 4개, 불합리한 시험·검사 과제 4개를 개선하기로 했다. 일례로 지게차 형식 승인 대상을 55개 모델에서 8개로 대폭 축소해 기업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UHD TV는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강화 시점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강영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법률 개정이 필요한 간주제 확대는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토록 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3개월 내에 신속히 개정할 것”이라며 “인허가와 신고제 합리화로 경제 활동에 보이지 않는 규제로 작용했던 관행과 공무원의 소극적 업무처리 행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의료기기판매업 신고 면제 범위 확대 등 강원지역 기업 현장 규제 애로 6건에 대한 개선 방안도 확정됐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