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 데 응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국가를 불신하는 게 아니라 기초 없이 응용에만 매진하는 건 맞지 않다. 드론용 모터 같은 요소 기술 개발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하다. 직접 개발한 모터는 중국산보다 30%나 효율이 좋다.”
이흥신 드로젠 대표는 21일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국IT리더스포럼 조찬 간담회 강연에서 요소 기술 중요성을 강조했다. 드론은 비행제어장치(FC), 모터, 기체 프레임, 데이터링크 같은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기술이 집약된 융합 상품이다.
부품을 가져다 완제품을 조립하는 사업 모델도 가능하지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방재, 촬영 같은 드론 응용 기술만 연구하다가는 제조 경쟁력이 위험하다. 이와 반대로 요소 기술을 내재화해 아이디어에 맞춰 조합하면 기존에 볼 수 없던 특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드로젠이 `스포츠 드론` 특화 기업으로 성장한 것도 이 덕분이다. “요소 기술과 부품을 모두 직접 개발해 농약살포용 드론, 항공촬영용 드론과 경쟁할 일이 없는 스포츠 드론 시장이 유망해 뛰어들었다”며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중국 DJI 성공 비결도 핵심 기술 내재화 덕분으로 분석했다. DJI는 팬텀 시리즈를 흥행시키며 세계 민간 드론 시장 70% 가량을 점유한 1위 업체다. 자체 개발한 FC를 외부에 판매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기업도 DJI FC를 가져다가 완제품을 조립하는 사례가 많다. FC는 컴퓨터 메인보드격 부품이다. 드론 모터를 독립 제어하고 기체 중심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대표는 “애초에 드론 원천기술은 미국 3D로보틱스가 앞서서 개발했지만 DJI는 이 가운데 일부 기술을 가져다가 독자 FC를 설계하고 상품화했다”면서 “여기에 일반인도 쉽게 조종할 수 있도록 전자제어장치를 최대한 적용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FC와 관련된 논문만 매년 200편이 나오는데 외국 코드만 가져다 쓰면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드로젠은 모터 R&D에 집중한다. 드론에 많이 쓰이는 브러시리스(BLDC) 모터는 빠른 기동에 유리하지만 소모 전력이 많다. 국내 부품사 네덱과 손잡고 단점을 보완한 `하이브리드 모터`를 개발하고 있다. 무게는 30% 줄이고 성능은 40% 높이는 게 목표다. 유인드론에 쓸 수 있는 고성능 FC는 내년 말까지 개발한다.
이 대표는 “유인드론은 마지막 남은 항공 산업인데 이 산업까지 중국에 내줘서는 안 된다”면서 “원천 기술 때문에 국내 기업이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가 많은데 반대로 원천 기술만 갖고 있다면 언제든 혁신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