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패널 위주로 면적 수요가 증가하고 32인치, 40인치 등 주요 크기대 패널 공급이 줄어들 예정이어서 공급 부족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패널 제조사는 숨통이 트였지만 세트 제조사는 제품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패널 제조사 LCD사업 실적 상승도 기대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32인치 LCD 생산물량 감소, 삼성디스플레이의 L7 라인 전환에 따른 40인치 생산 감소, 대형 LCD 패널 면적 출하 증가 등으로 하반기부터 LCD 공급과잉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패널 제조사가 당초 계획한 LCD 생산라인 증설 대신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로 속속 전환하면서 이렇다 할 대규모 물량 증설이 없어진 것도 한몫한다. 일각에서는 LCD 공급이 빠듯해지고 일부 모델에서는 공급부족 현상까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32인치 LCD TV용 패널은 빠르게 가격이 하락하다 지난 4월 하락세를 멈추고 소폭 반등했다. 32인치는 전체 TV용 LCD 패널 중 가장 출하량이 많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지난 1분기 32인치 오픈셀 평균 거래가격이 51~52달러였으나 패널 제조사가 32인치 생산 물량을 줄이고 다른 크기 제품군 비중을 높이고 있어 2분기에 53~54달러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에도 32인치 패널 가격이 유지되거나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공정 문제를 겪으면서 상반기에 LCD 생산물량이 감소한 것도 가격 인상과 공급과잉 완화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하반기에 원래 수준을 회복해도 다시 공급과잉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7 라인 일부를 OLED로 전환하면서 40인치 LCD 생산물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BOE 등 중국 제조사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패널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패널 제조사가 경쟁적으로 LCD 생산라인 증설하려다 플렉시블 OLED 투자로 속속 전환한 것도 영향을 미친다. BOE는 8세대 LCD 라인 B11 투자를 검토했으나 6세대 플렉시블 OLED로 바꿔 투자키로 확정했다. 차이나스타(CSOT)도 6세대 플렉시블 OLED 라인 T4 투자를 준비 중이다.
티안마는 우한에 6세대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투자를 검토했으나 방향을 바꿔 플렉시블 OLED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에버디스플레이, 비전옥스, 트룰리도 OLED 투자를 조율하고 있다.
8세대 LCD 투자가 플렉시블 OLED로 바뀌면서 중국발 LCD 공급과잉 우려는 한 풀 꺾인 분위기다. BOE가 10.5세대 투자를 시작했고 차이나스타가 11세대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건설 일정, 초기 수율과 생산량 등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적인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TV 세트 수요 성장률이 낮지만 대형 TV 위주로 수요가 형성된 것도 패널 가격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대형 TV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에서 55인치 이상 TV 출하량이 전년 동기대비 80% 성장했다. 스트리밍TV 등 새로운 브랜드 제조사 위주로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공급한 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분기 중국 대형 TV 출하량은 380만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빠르게 LCD 패널 가격이 안정되면서 2분기 패널 제조사 LCD사업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LCD 가격 상승과 제한적인 공급으로 하반기 패널 제조사 실적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