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애플코리아 본사 현장조사…이통사에 `갑질 계약`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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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이동통신사에 횡포를 일삼은 애플 조사에 착수했다. 애플은 국내 아이폰 사용자 증가 추세와 이통사 간 치열해진 경쟁 상황을 악용, 불공정 계약 수위를 높였다는 지적을 받는다. 신제품 전시를 위한 판매대 설치비, 무상 수리비 등 각종 비용을 이통사에 떠넘기고, 대리점 현장 감시까지 한 애플을 강력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6일 애플코리아 본사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 9명 중 7명 직원이 서울에 임시 숙소를 마련, 이번 주 중순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애플과 이통사 간 불공정 계약을 조사 중”이라며 “서비스업감시과 조사 인력이 사실상 총투입됐다”고 말했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이통사에 현저히 불리한 계약을 맺었다. 애플은 신제품 출시 때 대리점 판매대 설치비용을 대리점에 전가하고, 시연용 아이폰을 구입하도록 했다. 심지어 판매대 등이 제대로 유지되는지 현장 감시까지 했다. 애플 제품을 무상 수리해줘야 할 때 비용 일부도 이통사에 전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혐의를 입증하면 하도급법 위반 등을 적용, 대규모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이 예상된다.

이통업계는 애플이 국내 시장 상황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처음에는 KT만 아이폰을 취급했지만 이후 SK텔레콤이 합류했고, 2014년 LG유플러스까지 가세하며 통신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점을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40%까지 높아진 사실도 애플 콧대를 높게 만들었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 3사가 모두 아이폰을 취급하게 돼 애플이 고자세로 나왔다”며 “통신사는 몸을 낮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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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애플은 비슷한 사안으로 대만과 프랑스에서 차례로 철퇴를 맞았다. 지난 2013년 대만 공평교역위원회는 애플이 아이폰 가격을 배후에서 조작했다며 2000만대만달러(약 7억원) 벌금을 부과했다. 애플은 아이폰 유통 계약 시 이통사가 가격을 임의로 조정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애플은 신제품이 출시돼도 옛 제품 판매 가격 설정에 관여했고, 이통사 아이폰 광고 내용도 사전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프랑스는 우리 이통업계 지적과 비슷한 불공정 계약을 적발, 지난 4월 4850만유로(약 640억원) 배상금을 부과했다. 프랑스 공정위에 따르면 애플은 통신사에 제품 주문 하한선을 설정했고, 광고 경비를 부담시켰다. 이통사가 아이폰 수리비용을 일부 부담하도록 하고, 사전 통지 없이 애플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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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애플 제재를 확정하면 최근 1년 동안 세 번 시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공정위는 작년 7월 소비자에 적용되는 불공정 수리 약관을 개선한 데 이어, 지난 4월 국내 수리업체와의 불공정 약관도 시정했다. 업계는 차제에 애플 불공정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플은 이번 사안과 관련, 국내 유수 법무법인과 손을 잡고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조사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