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화장품·김치까지…통신장비업계 사업 다각화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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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장비 업계가 사업 다각화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정보기술(IT)이 아닌 화장품·김치 등 새로운 분야까지 손을 뻗는다. 2020년 5세대(5G) 통신 상용화까지 통신 인프라 투자가 미미할 것이란 판단에 활로를 찾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구개발(R&D) 투자 부족으로 통신 장비 기술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광전송장비 업체인 텔레필드는 최근 혈압과 맥박을 측정하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의료IT 기기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응급안전 서비스 사업에 뛰어든 텔레필드는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혈압·맥박·체온·당수치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올 하반기 제품 출시가 목표다. 광전송장비 개발 과정에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신사업에 녹이고 있다.

텔레필드처럼 전통적인 네트워크 장비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에 발을 담그는 통신장비업체가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생소한 바이오·식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추세다. 최근 대신에셋파트너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은 모다정보통신은 게임·가상이통통신사업자(MVNO) 뿐 아니라 화장품 사업까지 진출하기로 발표했다. 게이트웨이·모바일라우터를 생산하던 모다정보통신에게는 낯선 분야다. 모다정보통신 관계자는 “통신사업부는 그대로 두고 기업인수로 신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일종의 그룹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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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네트웍스도 신규 사업에 한창이다. 최근 프리미엄 김치 생산업체 닥터아사한 지분 50%를 인수했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은 “스타트업과 벤처 발굴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며 “닥터아사한을 중국 시장에 수출하기 위한 위생 기준 등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업계가 신사업 발굴에 나선 것은 통신설비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통신3사 설비 투자액은 4938억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 통신3사가 5G 상용화까지 대규모 투자를 미루는 상황에서 2020년까지 버틸 동력이 필요하다. 기존 통신장비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의미다.

텔레필드는 2015년 매출이 전년대비 50억원가량 줄었다. 모다정보통신은 2015년 기준 매출이 작년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영업이익은 적자다. 다산네트웍스도 지난해 국내 통신장비 시장에서 고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장비 시장이 예전처럼 활황을 맞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라며 “사업 다각화로 경영 리스크를 줄이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일부는 통신장비 R&D 투자 대신 신규사업에 뛰어든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산 통신 장비가 몰려드는 상황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을 위해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것은 경계해야할 것”이라며 “미래 투자가 아니라 당장 먹고 살기 위해 기존 통신 장비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차세대 통신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통신3사 1분기 설비투자액 현황(자료: 업계 취합)>

 통신3사 1분기 설비투자액 현황(자료: 업계 취합)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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