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두려워하는 것은 신기술이 아니다. 정보통신(IT)회사가 대형 플랫폼으로 이용자를 모집하고 다루는 노하우다.”
김경호 하나금융그룹 부장은 `핀테크와 금융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IT와 금융업과 융합한 스마트금융 시대를 맞이한 금융계 속사정을 공개했다.
김 부장은 빌게이츠의 발언을 인용해 “뱅킹(금융업무)은 존재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금융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며 “은행은 지점이 줄고 직원을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유럽 은행들은 향후 10년간 30%에 달하는 170만명을 감원할 전망으로 은행 업무는 비대면 거래 등 전자적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금융업에서 최신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 경험이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소비자는 기술의 우수성을 평가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고객경험, 즉 금융서비스가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사는 대형 플랫폼을 거느린 IT회사가 가진 이용자 관리 노하우를 위협적으로 평가한다고 귀띔했다.
김 부장은 “카카오는 전 국민이 카카오톡에 들어가 20~30분씩 시간을 쓰는 환경을 구축했다”며 “카카오가 이런 인프라를 활용해 카카오톡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기능을 제공했을 때 발생할 파급효과를 경계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금융 산업과 IT산업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셀런트(Celent)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 세계 은행들은 IT분야 투자에 1880억달러(한화 약 220조원)을 투자했다. 은행들이 스마트금융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은행은 신용카드, 오프라인 지점 등 전통적 은행 업무에서 탈피해 IT서비스에 익숙한 `Y세대`(1982~2000년 태어난 세대) 소비자 특성을 따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부장은 “금융사는 이미 매우 큰 핀테크 회사이기도 하다”라며 “한국 시중은행도 1년에 약 2억달러(약 2340억원)를 IT분야에 투자한다”고 전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