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공기업에 대해 갖는 국민의 가장 지배적인 인식은 `철밥통`이다. 무엇을 어떻게 하든 깨지지 않고 자신들의 잇속이나 챙기고 권리가 유지되는 형태로 본다.
물론 많이 바뀌었다. 일부 공기업 사람을 만나면 “팍팍해서 못살겠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그 정점을 찍듯 14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6년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향후 통폐합·기능조정·민간개방 계획이 발표됐다.
정부는 지난해 공기관·공기업 임금피크제를 시작으로 올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였고, 사실 이 같은 통폐합·기능조정까지 마무리되면 공공 대개혁의 줄기가 어느 정도 만들어진 셈이다.
하지만 어떤 작업이든 철학과 원칙이 중요하다. 대통령도 이것을 강조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 키워드는 기업공개(IPO)나 통폐합, 기능조정 같은 어려운 말에 가려져 있지만 바로 `경쟁`이다.
지금까지 공공기관의 성과가 낮고, 목표지향적이지 못하고, 국민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는 이유는 모두 `경쟁이 잘 안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슨 정부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느니 책임성이 결여됐다느니 모럴해저드니 하는 수사가 필요하겠는가. 경쟁이 벌어지지 않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고, 서비스 개선이나 정책 혁신은 먼 나라 얘기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전력 판매나 가스 도입 부문 경쟁만 이뤄져도 국민 편익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 독점 구조에서 에너지 신산업을 아무리 부르짖어도 담을 넘는 혁신은 아예 일어날 수가 없다. 가스 도입도 한국가스공사의 독점 창구를 깨고 민간 기업끼리 경쟁하게 만들면 시장 부조리는 자연스럽게 걷힐 것이다.
핵심은 경쟁을 부추기면 기관·기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고, 그러면 좀 더 개방하려 할 것이고, 결국 상장까지 갈 수 있는 기업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공기관·공기업도 시장에서 승부해야 한다. 다름 아닌 사업이라는 시장, 국민 서비스라는 시장, 정책 수립의 시장이다. 그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만들면 개혁과 혁신은 저절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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