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10년 전 분쟁이 재발했으니 말이다. 지난 5월 위메이드는 “2007년 샨다게임즈와 맺었던 수권 위탁 계약이 2015년 9월 28일 종료됐다. 앞으로 중국 내 `미르의 전설` 관련 사업은 위메이드가 주도한다”는 성명서를 중국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중국 퍼블리셔 샨다게임즈는 반발했다. 샨다는 미르의 전설 지식재산권(IP)은 샨다게임즈, 액토즈, 위메이드 3사 공동 소유라고 주장한다.
아직 퍼블리싱 계약이 남았음에도 위메이드가 독선적으로 중국 내 IP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샨다는 “2005년 이후 위메이드는 중국 서비스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위메이드의 대응은 이례적이다. 국내 언론이 아닌 중국 언론을 통해 중국 기업을 비난하는 것이 그렇다. 이후 국내에서도 경영자가 직접 나서 연일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샨다는 위메이드 발언을 실시간으로 캐치하고 있다.
왜 위메이드는 강공으로 나가는 것인가. 미르의 전설이라는 위메이드 IP를 기반으로 개발된 모바일게임들이 중국에서 성공을 거두기 때문이다.
작년 8월 3일 중국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열혈전기 모바일`은 iOS 출시 직후 다운로드 순위 1위, 매출액 순위 2위를 기록했다.
덕분에 위메이드는 8분기 만에 적자에서 탈출했다. 위메이드 입장에서는 열혈전기 모바일이 구세주인 셈이다. 이러한 성공은 위메이드가 미르의 전설 IP에 집착하는 계기가 됐다.
2003년 위메이드가 `전기세계`라는 미르의 전설 카피게임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을 때 일이다.
중국 상하이 샨다 본사에서 필자와 대면한 천텐차오 샨다 회장은 위메이드와 액토즈의 `일방적 갑질(?)`에 울분을 토로했다.
그의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한 가지 확실하게 감지한 것은 적어도 이 분란에서 위메이드가 `바게닝파워(교섭력)`를 쥐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상하이에 주재하던 위메이드 개발자는 “샨다가 정 버티면 서버를 날려버리면 되요”라고 했다. 무슨 소리냐고 내가 묻자 “서버 프로그램에 심어놓은 폭탄이 있거든요”라고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한국 온라인게임은 중국 시장에서 밀려났고, 모바일게임은 진입 자체가 고전이다.
그나마 온라인게임 IP 기반 모바일게임이 있지만 그것도 우리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중국 개발사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계약을 요구하는 형국이다.
현지 웹게임 시장 톱10 인기게임 중 4개가 미르의전설2 IP를 활용한 작품이지만 관련 로열티를 전혀 받지 못한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다.
지금 위메이드에 필요한 것은 실리다. 협상 주도권이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한국과 위메이드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판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협상에서 블러핑은 필요하다. 짐짓 강공 자세를 취하며 뒤에서는 대화의 물꼬를 터야 때가 있다.
하지만 제 3자가 보기에 위메이드 최근 행보는 감정적이고 조급하다. 전장을 주도면밀하게 살피지 못하는 배수진 전략은 위험하다. 더구나 그런 행동이 과거 제대로 IP 관리를 못했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라면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이번 분란은 샨다보다는 위메이드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어떤 결과를 내야할지가 중요하다. 명분과 자존심만 앞세우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한다면 누가 이 무거운 책임을 질 것인가.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jhwi@cau.ac.kr